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것을 계기로 다시 한 번 "국정원의 정치 개입 논란을 완전히 끊을 방법을 찾을 때가 됐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권이 바뀌면 전직 국정원장들이 사법처리되는 악순환을 끊기 위한 방안으로 국정원장 임기 보장부터 국정원의 국내 파트를 아예 폐지하자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임기 보장, 국회 통제 강화

우선 국정원장의 임기 보장 문제가 거론된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역대 국정원장들이 정치 개입 의혹에 휩싸였던 것은 권력자에 의해 임명되고 권력자의 눈 밖에 나면 해임됐기 때문"이라며 "임기 보장을 통해 권력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원장도 감사원장(4년), 검찰총장, 경찰청장(각 2년)처럼 임기를 법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우리 정치 현실에서는 잘 지켜지진 않지만 그나마라도 있어야 미국처럼 정권이 바뀌어도 CIA 국장은 유임되는 관행이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적 중립을 위해선 대북(對北)·해외 분야를 제외한 국내 정보 수집 권한을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국정원법이 규정한 '국외 정보 및 국내 보안정보 수집·작성·배포 권한'에서 국내 정보 부분을 아예 삭제하자는 것이다.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국내 정보를 다루게 되면 당연히 정치에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해외 경제 및 대북 업무 중 불가피한 부분을 제외한 국내 정보 수집 권한은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원에 대한 국회의 통제 강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서울대 강원택 교수는 "국회가 지금보다 국정원의 예산 및 인사를 철저히 통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가 다루는 국정원에 대한 감시 기능 중 예산 문제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별도로 다룰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중립적 인사들로 구성된 국정원 내부 감시위원회 설치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대통령의 '야당은?' 한마디면 끝

대통령의 국정원장 임명 권한을 존중하되 현재의 형식적 국회 인사청문회를 내실화하고 국정원장 후보자 추천위원회를 통한 전문가 기용 방안도 거론된다. 대법관이나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처럼 전문가로 구성된 국정원장 후보 추천위가 복수로 후보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 중에서 국정원장을 임명하고, 국회는 인사청문회를 거쳐 인준 표결까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세훈 전 원장은 2009년 임명 당시부터 전문성, 측근 기용 논란이 있었지만 형식적인 국회 청문회를 그대로 통과했었다.

그러나 전직 국정원 고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국정원의 정치 중립 문제는 국정원 정보의 '소비자'인 대통령의 의지에 달렸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전직 국정원 기조실장은 "대통령이 국정원장에게 '요즘 야당이 뭐 하고 있죠?'라고 묻는 순간 국정원의 정치 중립은 무너진다"며 "이런 말을 듣고 야당 정보를 캐지 않을 국정원장이 누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전직 국정원 직원들은 "정치적 중립을 표방했던 역대 정부의 국정원이 결국에는 정치 개입 논란에 휘말렸던 데는 예외 없이 대통령의 흔들림이 있었다"며 "결국 대통령의 의지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