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보〉(35~54)=세계대회 우승자가 직후 벌어진 대회서 컷오프로 물러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골프와 달리 바둑은 '이변' 가능성이 매우 낮다. 강자는 연패(連覇)나 다관왕을 독점하고, 약자는 평생 우승컵 근처에도 못 가보는 게 바둑 동네 특성이다. 이런 점에서 기사 생활 13년간 한 차례 우승(2008년 물가정보배) 경력의 홍성지는 다소 이색적인 존재다. 당시 상대는 이세돌이었다. 홍성지는 휴화산일까, 사화산일까.

35부터 38까지는 이런 정도. 불안하던 우변 백이 근거를 마련했다. 43으로 '가'로 못 젖힌 이유는 참고1도가 말해준다. 6까지 흑의 무리. 그래놓고 우변 패를 이은 수가 또 너무 한가했다. 46이 와선 초반 주도권을 백이 잡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홍성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47로 상변 경영에 나선다. 48이 문제의 일착. 49 자리가 대세점이었다. 이후 흑 '나', 백 '다' 교환 후 흑이 '라'로 움직여도 백 '마'로 벌려 충분했다는 것. 49가 놓이니 갑자기 상변 흑세가 창궐하기 시작한다. 50은 절대수(손 빼면 참고2도가 있다.) 53까지 오히려 흑이 두터워진 것은 오로지 48의 완착 덕분이다.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