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치권 일각의 우경화에 대한 논란이 역내 국가들의 안보 협력에 심각한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미국에서 제기됐다.
11일(현지 시각) 미국 싱크탱크인 신국가안보센터(CNAS)의 패트릭 크로닌 아시아·태평양 안보프로그램 선임 고문은 최근 발간한 '아시아 권력망의 부상(The Emerging Asia Power Web)' 보고서에서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서 저지른 전쟁범죄 문제는 역내에서 정치적인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이는 일본의 우익 정치인들이 논란이 되는 발언과 행동을 하면서 촉발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우익 정치인들의 발언은 특히 한·일 양국 간 안보 협력을 거의 탈선시키는 요인이 됐다"며 지난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무산 등을 언급했다. 또 영유권 분쟁에 대해서도 "독도를 둘러싼 한·일 간 분쟁과 남중국해 영유권 논란은 역내 외교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면서 "당사국들이 정치적으로는 안보 협력을 하는 게 불가능한 상황까지 이르렀다"고 했다.
CNAS는 오바마 행정부의 요직을 맡았던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동아태차관보와 미셸 플루노이 전 국방차관이 공동 설립한 싱크탱크다. 이들이 잇따라 행정부에 차출되면서 CNAS는 오바마 행정부 외교안보정책의 산실로 주목을 받아왔다. 또 아이크 스켈튼 전 미 하원 군사위원장, 앤 마리 슬로터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 리치 버마 전 국무부 입법 담당 차관보 등 오바마 행정부에서 핵심 업무를 담당했던 인사들도 퇴직 후 속속 CNAS에 합류하고 있다. 캠벨도 국무부를 나온 뒤 CNAS 이사진으로 다시 합류했다.
이 때문에 CNAS 보고서의 '일본 우경화 우려' 지적은 오바마 행정부에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는 인식을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보고서는 역내 안보협력 노력을 훼손하는 또다른 요인으로 중국의 군(軍) 현대화, 북한의 핵무기 개발,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 불법 어업, 해적, 테러, 마약·무기 거래, 인신매매 등을 꼽았다.
이 가운데 한반도 상황과 관련해서는 "북한이 탄도미사일과 핵무기 개발을 계속하는 한 한반도는 잠재적인 발화점"이라면서 "특히 경험이 없는 북한의 새 지도부와 이른바 '벼랑 끝 전술', 무기 개발 프로그램으로 긴장은 한층 높아진 상태"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미 양국이 북한의 도발을 차단하기 위한 준비 태세를 강화하면 더욱 위험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이 밖에 아시아 국가들의 안보 협력이 중국의 부상을 겨냥한 것으로 인식된다면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아시아·태평양 중시 전략에 나선 미국이 긍정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