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안보국(NSA)의 개인 정보 비밀 수집 활동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29·사진)이 갑자기 종적을 감췄다.

11일 홍콩 방송사 RTHK와 로이터통신은 스노든이 그간 머물던 미라(Mira) 호텔에서 10일 정오 무렵 체크아웃을 한 뒤 외부와 연락이 끊긴 상태라고 전했다. 영국 가디언지(紙)의 이원 매카스킬 기자는 "스노든이 아직 홍콩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스노든의 폭로 과정은 한 편의 영화 같았다. 영국 인디펜던트지는 그가 지난 2월부터 폭로를 준비했다고 전했다. 가디언 칼럼니스트 글랜 그린왈드, 영화제작자 로라 포이트라스 등이 그를 도왔다.

당초 스노든은 미국 측 폭로 파트너로 뉴욕타임스(NYT)를 고려했다. 하지만 NYT가 2005년 NSA의 영장 없는 감청을 취재하고도 백악관 요청에 따라 1년 가까이 보도를 미뤘던 점 때문에 최종적으로 워싱턴포스트(WP)를 선택했다고 한다. WP 역시 처음에는 "자료를 넘겨주면 모든 문건을 72시간 이내에 보도해 달라"는 스노든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가디언이 스노든으로부터 넘겨받은 미 해외정보감시법원의 민간인 통화 기록 제공 명령 문건을 6일 단독 보도하자, WP는 7일 NSA의 인터넷 기업 가입자 정보 수집 문건 보도에 가디언과 함께 뛰어들었다.

하와이에 거주하던 스노든은 지난달 1일 집을 비우고 잠적했다. 그는 NSA의 보안 컨설팅을 담당하던 '부즈 앨런 해밀턴'에서 일하고 있었다. 연봉은 12만2000달러(약 1억3800만원)였다. 그는 NSA 측엔 "간질 치료를 받기 위해 다녀오겠다"고 보고했다.

동거 중이던 여자친구 린지 밀스(28)에게도 정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지난달 중순 그는 홍콩으로 가서 미라 호텔에 짐을 풀었다. 소리가 외부로 새어나갈까 봐 문틈을 베개로 막았고, 호텔방 어딘가 숨겨져 있을지도 모를 카메라를 우려해 커다란 천을 뒤집어쓰고 컴퓨터에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WP와 가디언에 기밀문서를 넘긴 스노든은 6일부터 TV와 인터넷을 체크하면서 파문이 퍼져 나가는 과정을 지켜봤다. 미 정보 당국이 정보 유출자 수사에 나서자 10일 자신을 세상에 공개했다. NSA는 이날 스노든을 해고했다.

한편 러시아는 11일 스노든의 망명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대변인은 이날 "망명 신청이 들어오면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리아노보스티통신이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