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정치부

'01시 55분 7차 수석대표 회의 시작'.

10일 새벽 1시 57분 통일부 출입기자들의 휴대전화로 전송된 문자메시지였다. 전날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남북 간의 판문점 실무 접촉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실무 접촉은 새벽 3시 5분이 돼서야 끝났다. 2차례의 전체회의와 8차례의 수석대표 회의를 거친 뒤였다. 양측의 발표문은 3시 40분쯤 공개됐다. 회담을 시작한 지 약 17시간 40분 만이었다. 전날 이른 아침부터 20시간 동안 회담 상황을 숨죽이고 지켜보느라 진을 뺀 통일부 직원들과 취재진은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9~10일 만남에서 남북이 새벽까지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은 12일 서울에서 열릴 장관급 회담의 의제와 북한 수석대표의 급(級) 문제였다. 각자의 주장이 너무 뚜렷한 사안이라 애당초 쉽게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통일부 당국자들은 무슨 이유에선지 기자들에게 "12일 장관급 회담 개최는 확정적이다. 큰 것은 다 합의됐고 미세 조정만 남았다"는 말을 종일 되풀이했다. 9일 저녁 한 당국자는 "단어 몇 개 놓고 남북이 좀 생각이 다른데 곧 해결될 것"이라고도 했다. 10일 새벽 2시쯤 기자실을 찾아온 당국자는 "창조적 대안을 제시했으니 아마 곧 합의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통일부 당국자들이 이처럼 회담 성사에 기대감을 갖고 의욕을 보인 것은 이해할 만하다. 이명박 정부 5년간 회담다운 회담을 거의 해보지 못하다가 오래간만에 '임무'가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무 접촉 결과는 통일부 당국자들의 말과는 딴판이었다. 우선 실무 접촉의 결과물인 합의문이 없었다. 대신 두 장의 발표문이 공개됐다. 남북이 결국 북측 수석대표와 6·15행사의 의제화에 합의하지 못해 각자의 주장을 담은 각기 다른 발표문을 작성한 것이다.

이에 따라 회담의 격(格)도 당초 '장관급'에서 '당국'으로 낮아졌다. '대화(12일 당국회담)를 위한 대화(9~10일 실무접촉)'에서부터 걸림돌이 만만치 않았던 셈이다. 통일부는 북한의 이런 모습이 어제오늘이 아니란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조직이다. 이제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회담을 준비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