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10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장관 취임 후 첫 대면이다.
모임 목적은 '창조경제' 활성화. 미래부 관계자는 "6월 초 정부의 창조경제 대책 발표 후 처음으로 기업을 만나는 것"이라고 했다. 미래부는 박근혜 정부의 핵심 키워드인 창조경제 주무 부처다.
그런데 미래부는 이날 오전 9시 20분 '사전(事前) 보도자료'란 걸 냈다. 모임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올 테니 미리 알고 있다가 모임 이후 보도해 달라는 뜻이다.
보도자료엔 각 사별 창조경제 추진 방안이 빽빽이 적혀 있었다. 통신 3사 CEO들이 최 장관에게 "클라우드 인프라를 활용해 생명공학·의료사업을 추진하겠다"(KT), "맞춤형 창업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겠다"(SK텔레콤), "사회와 공유할 수 있는 가치를 생산하는 제품을 내놓겠다"(LG유플러스)고 약속했다는 것이다.
이 자료가 나온 배경엔 미래부의 '부지런함'이 있었다. 업계에 알아봤더니, 며칠 전부터 미래부에서 "장관님 만난 자리에서 각 사가 발표할 창조경제 방안을 미리 달라"고 했다고 한다. 아마도 장관이 나선 모임이니 자리를 폼나게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업계 반응은 싸늘했다. "이게 무슨 창조경제냐"는 말이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의미가 불분명하긴 해도 적어도 창조경제의 전제는 자유로운 아이디어의 교류일 것"이라며 "이날 모임은 창조경제와는 한참 거리가 있었다"고 했다. 과거 전시(展示)행정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통신 CEO 3인은 50조원 규모의 거대 내수 시장을 이끄는 인물들이다. 온갖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좇는 개인과 기업은 훈수 두고 압박하는 정부가 아닌, 낮은 자세로 귀를 열어주는 정부를 원한다.
아마 미래부는 "다른 부처도 장관 간담회는 다 이렇게 한다"고 억울해할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창조경제를 이루겠다는 미래부만은 형식부터 다른 부처와는 달라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