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 시각) 오전 미 캘리포니아주 란초미라지의 휴양 시설 서니랜즈(Sunnylands). 사막지대답게 오전 9시를 조금 넘긴 시각에도 기온은 38도에 달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가벼운 셔츠 차림으로 나타나 함께 산책을 했다. 참모들 없이 통역만 따라붙었다. 미·중 정상이 둘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개인적인 친분을 쌓은 것이다. 두 정상은 50여분간 정원을 거닐며 건강과 운동을 화제로 대화를 나눴다. 시 주석은 1953년생으로 1961년생인 오바마 대통령보다 여덟 살이 많다.

오바마 대통령이 '평소 어떤 운동을 하느냐'고 묻자 시 주석은 "수영과 산책을 한다. 수영은 매일 1000m 정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시 주석은 이어 "운동을 하지 않으면 아마 우리 두 사람 모두 무너지고 말 것이다. 그 정도로 업무 강도가 세니까…"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크게 웃으며 공감을 표시했다. 이어 시 주석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농구 고수(高手)라고 들었다"고 말하자 오바마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멀리서 기자들이 "분위기가 어떠냐"고 묻자 오바마는 손을 흔들어 인사하며 "끝내준다(terrific)!"고 답했다.

버락 오바마(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8일(이하 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미라지의 휴양지 서니랜즈에서 넥타이를 푼 채 편안한 복장으로 산책하며 대화하고 있다.

미·중 정상이 이날 연출한 이런 장면은 전례가 없는 것이다. 과거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장쩌민(江澤民) 주석을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에 초청한 적이 있지만 당시는 장 주석 퇴임 직전이었다. 오바마와 시진핑은 향후 3년 반 이상을 함께한다. 미·중 정상이 '개인적 친분'이 바탕이 된 새로운 스타일로 글로벌 질서를 짜나가겠다는 뜻을 전 세계에 보여준 것이다. 중국 지도부의 세대교체와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위상 변화 등을 감안해 미국과 중국, G2가 국제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대국 관계'를 모색하는 계기가 됐다는 의미다.

오바마는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미·중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발전시킬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맞았다. 우리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시 주석은 "두 나라가 협력하면 세계 안전의 닻(anchor)이 되고 세계 평화의 프로펠러가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브리핑에서 "이번 만남은 세팅이나 스타일, 시기, 협의 내용 등 모든 면에서 독특했다(unique)"고 했다.

양 정상은 7~8일 이틀간 약 8시간을 함께했다. 미·중 정상 간 만남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다. 회담→기자회견→만찬→산책→회담→티타임으로 이어진 일정 동안 두 정상은 속내를 털어놓고 허심탄회한 얘기를 나눴다. 첫날인 7일에는 외교·안보·큰 틀의 양국 관계 등을 주제로 1차 정상회담과 기자회견, 만찬 등을 이어갔다.

정상들을 비롯한 양측 참석자들은 모두 넥타이를 풀고 편안한 차림으로 대화를 나눴다. 미국 측에서는 도닐런 보좌관과 존 케리 국무장관, 마이크 프로먼 국가안보 부보좌관, 데니스 러셀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내정자 등이 배석했다. 중국 측에서는 왕후닝(王滬寧) 정치국 위원, 양제츠(楊潔箎) 외교 담당 국무위원, 왕이(王毅) 외교부장, 추이톈카이(崔天凱) 주미대사 등이 참석했다.

7일 저녁 만찬 메뉴는 바닷가재와 스테이크 요리였다. 유명 셰프인 바비 플레이가 조리를 담당했다. 북한 이슈는 대부분 만찬 자리에서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