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정하고 근엄한 수묵에서 화려하고 도발적인 꽃 그림까지, 그는 금기(禁忌) 없는 화가였다. '수묵 추상화의 거장(巨匠)' 남천(南天) 송수남(75) 전(前) 홍익대 동양화과 교수가 8일 오전 3시 30분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급성폐렴으로 별세했다. "내 장례식 조문객들은 생전의 좋은 추억을 떠올리며 '가볍게' 오셨으면 좋겠다. 굳이 검정 옷을 안 입으셔도 되고, 부조금 대신 꽃다발을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던 송 화백의 뜻에 따라, 부조는 꽃으로 대신한다고 제자 임운택씨가 밝혔다.

1938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난 송 화백은 홍익대 미대에서 서양화와 동양화를 두루 공부했다. 전통 산수화에 현대적 조형성을 입힌 '남천 산수'로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 1980년대엔 사멸 위기에 처한 한국화를 살리기 위한 '수묵화 운동'을 주도했다. 색(色)을 버리고 흑백 간의 스펙트럼에만 몰두했다. 2000년대 들어 형태마저 버린 완전한 추상으로 수묵의 근원인 정신성에 몰입했다.

평생 수묵을 탐구했던 화가는 2000년대 중반부터 아크릴물감으로 붉고, 희고, 노란 꽃송이를 캔버스 가득 그리기 시작했다. "수묵이 '절대'인 줄 알고 죽어라 시커먼 것만 그렸는데, 나이를 먹고 나니 문득 '이 세상에 절대가 어딨어?' 싶더라.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꽃 그림이다"고 생전 본지 인터뷰에서 말했었다.

발인 10일 오전 5시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 (02)2227-75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