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용

최근 기업은행의 인사혁명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금융권 최초로 고졸 채용을 시작하더니 운전기사와 보일러공이었던 직원을 창구 직원을 거쳐 지점장으로 발령했고, 청원경찰 출신을 과장으로, 용역경비원 출신 텔러를 정규직 계장으로 임명했다. 기업은행 사상 첫 내부 출신 행장인 조준희 행장의 이런 이례적 인사 조치는 학력, 스펙, 학연과 지연으로 좌우되던 한국 기업의 인사가 실력 위주로 전향되는 긍정적 변화의 시작을 의미한다.

대개 학력이 좋으면 일도 잘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는 착각이다. 학력은 주로 시험을 잘 보는 능력인 데 반해 기업에서 필요한 것은 현실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아가 문제와 기회를 발견할 수 있는 능력, 즉 실력이다. 실력이란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관점과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개념 설정 능력, 사람을 판단하고 대화를 통해 상대방으로부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는 인간관계 능력, 그리고 스스로 해법을 찾아가는 자주성을 요한다. 하지만 대학에서는 이런 걸 가르치기 어렵다. 또 타인의 지식을 수동적으로 잘 받아들인 사람일수록 이런 면이 부족할 가능성이 크다. 여러 가지 지식을 갖춘 사람이 일을 더 잘할 가능성이 컸던 산업화 시대에는 학력과 실력이 상관관계가 있었으나, 지식과 정보가 쉽게 취득 가능한 정보화 시대에서는 학력과 실력의 상관관계는 더 희박해졌다. 실제로 기업 경영자나 인사 담당자들은 학력이 실력과 큰 상관관계가 없음을 경험으로 익히 알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기업들이 학력 위주로 채용하는 것은, 그것이 지원자의 실력을 측정하는 것보다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력에 의한 채용은 핵심 인재보다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 또는 아는 것은 많아도 일은 못하는 사람을 뽑게 해 결국 기업의 핵심 인재의 부족을 초래한다. 따라서 기업마다 필요한 '실력'을 측정할 다양한 방법을 개발해 직원을 선발해야 한다. 기업의 채용 방법이 바뀐다면 취업 희망자들은 학력이 아닌 실력 쌓기에 주력할 테고, 간판에 집착하는 국민의식이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며, 높은 대학 진학률도 저절로 내려갈 것이다. 기업은행에서 시작된 인사 혁명에 박수를 보내며 다른 기업들에도 속히 확산하길 기대해 마지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