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라디오 인터뷰나 강연 등에서 잇따라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의중을 놓고 야권이 술렁이고 있다.
박 시장은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 없이 안철수 무소속 의원, 문재인 민주당 의원 등과 함께 야권의 차기 대선 후보군 1순위로 꼽혀 왔다.
때문에 박 시장이 일반 정치인 같지 않은 똑 떨어지는 화법으로 대선 불출마 의향을 내비친 것이 나중에 야권과 박 시장에게 어떻게 작용할 지를 놓고 설왕설래가 계속되고 있다.
박 시장은 이달 5일 성공회대 강연에서 대선 출마 의사를 묻는 질문에 "차기 대선에 나갈 생각이 없다"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서울 시정부터 반듯하게 잘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달 5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박 시장은 역시 대선 출마 의사를 묻는 질문에 "서울 시장만으로도 정말 중요한 일"이라며 "(대선 출마는) 생각할 여유도 없고 해서도 안된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단정적 어법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정치판에서 성급한 처사였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상황에 따라 박 시장이 대선에 출마해야 할 경우, 대표적인 '말바꾸기 정치인'으로 여론의 비판을 감수해야 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당장 민주당의 박지원 의원은 9일 트위터에 "내년 6월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있고 대통령 취임 100일을 갓 넘긴 지금, 대선 (출마 여부)을 스스로 말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라고 했다.
때문에 민주당 등 야권 입장에서는 경쟁력 있는 다양한 대선 후보들을 모아 경선에서부터 대국민 흥행을 이어나가야 하는 만큼 잠재적 대선 후보 중 한 명인 박 시장의 대선을 4년 넘게 남겨두고 있는 시점에서 뜬금 없이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는 것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박 시장 입장에서는 "결국 대선도 시장 재선이 있고 난 다음의 일"이라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대선 로드맵을 그려도 시장 재선 이후에 그리는 게 자연스럽지 않겠느냐"며 "지금 시점에서 대선 출마 이야기를 하는 것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 시장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 시장 측도 비슷한 이유로 시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에 크게 무게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이미 내년 지방선거에서 재선 의지를 분명히 밝힌 만큼, 현재 피력하고 있는 대선 불출마 의사는 앞으로도 시정에 더욱 전념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달라는 것이다.
한 야권 관계자도 "재선에 성공한 박 시장이 차기 대선이 가까워진 시점에서 '시대와 상황이 바뀌었다'며 대선 출마를 선언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아직 대선까지 많은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박 시장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큰 비중을 두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