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완도군 청산도 구들장논 전경

전남 완도군에서 뱃길로 45분 정도 떨어져 있는 청산도(靑山島)는 2007년 12월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Slowcity)로 지정됐다. 도심의 번잡함을 잊고 옛 농경시대처럼 느림의 삶을 추구하자며 출범함 국제운동 기구가 청산도의 가치를 인정한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이 조용한 청산도는 슬로시티로 지정된 이후 전남은 물론이고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섬이 됐다. 지난 5월 말 현재 이 ‘힐링의 섬’을 찾은 올 관광객은 19만명에 달한다. 2006년 한 해 15만명보다도 훨씬 많다. 슬로시티로 지정되기 전해인 2006년 한 해 관광객은 고작 5만명에 불과했다.

전남 완도군 청산도 구들장논 통수로를 통해 쏟아지는 농업용수.

청산(靑山)은 지명대로 공기가 맑고 산과 바다가 푸르다. 하지만 왜구의 출몰이 심해 사람이 실제 거주한 것은 400년이 조금 넘는다. 선조 41년(1608년)에서야 사람들이 정착했다. 한 때 1만3000여명에 이르던 청산도 인구는 현재 2500여명. 73%가 벼농사를 짓는다. 나머지는 콩이나 마늘, 배추 등을 재배한다.

청산도는 지형 특성상 비탈이 심한 언덕과 자갈이 많았다고 한다. 이 척박한 환경은 다랑논(계단식 논) 일종인 ‘구들장논’을 만들어냈다. 선조들은 자갈을 깔면서 통수로를 냈고, 그 위에 방고래에 깔듯 전통온돌에 쓰이는 얇고 넓은 돌(구들장)을 놓았다. 그리고 진흙과 마른 흙을 순서대로 입혀 벼를 심었다.

맨 아래 ‘자갈층(통수로)?구들장?진흙층?토양층’으로 순으로 4층 구조로 구성된 구들장논은 배수 조절이 용이하다. 이 구들장논은 세계에서도 유래가 없다고 한다. 완도군 이송현 홍보계장은 “청산도에서만 발견되는 독특한 다랑논 형식”이라며 “경지면적이 좁고 돌이 많아 물 빠짐이 심한 청산도의 열악한 농업환경을 극복하려는 조상의 지혜가 담겼다”고 말했다.

구들장논은 청산도 부흥·양지·상서리 등 3개 마을에 4.9㏊가 분포되어 있다. 멸종위기 2급 긴꼬리투구새우 등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한다.

완도군은 최근 이 구들장논을 국내 첫 세계농업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나섰다. 지난달 29일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에 구들장논의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 등재를 공식 신청한 것이다. 세계중요농업유산제도는 FAO가 2002년부터 시작한 프로젝트로, 후대에 계승해야 할 중요한 농법이나 생물 다양성 등을 가진 자연농업 보전지역을 선정하고 있다. 일본 사도섬 농업 등 전 세계 11개국 19곳이 지정돼 있다.

김종식 완도군수는 “지난 4~5일 세계중요농업유산 사무국 메리 제인 델라크루스 기술담당을 초청해 구들장논의 가치와 의미를 설명했다”며 “반응이 아주 좋았다”고 말했다.

앞서 청산도 구들장논은 지난 1월 국가중요농업유산 1호로 지정했다. 국내 처음 시행되는 농어업유산 지정 제도는 전통 농어업 형태와 기법, 풍광을 유산으로 지정해 보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 1호로 구들장논이 선정됐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훼손된 구들장논 복원과 지속적인 보전·관리를 위해 완도군에 3년간 예산 15억원을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