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그리스 구제금융에 오류가 있었음을 시인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긴축이 그리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했다는 것이다.
WSJ는 이날 IMF의 내부 극비 문서를 인용해 "IMF가 그리스에 구제금융을 지원하기 위해서 내부 규정을 조정했다"며 "구제금융 제공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IMF는 문서에서 "그리스에 첫 번째 구제금융 1100억유로를 지원할 때 경제 성장 전망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봤다"고 분석했다.
IMF는 또 급증하는 그리스 부채가 지속 가능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IMF의 규정을 위반했다며 "그리스의 부채 전망에 큰 차이가 있었다"고 시인했다. 국민 소득 수준이 재정 변수 변화에 따라 얼마나 변하는지를 나타내는 재정 승수는 그리스 정부가 트로이카(IMF·유럽중앙은행·유럽연합 집행위원회로 구성된 구제금융 채권단)와 협상을 할 때 참고하던 주요 지표다.
실제로 WSJ에 따르면 지난 3년간 IMF는 각종 보고서와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의 발언을 통해 그리스의 부채가 "지속 가능한 수준"이라고 주장해왔다. IMF는 이어 "돌이켜 봤을 때 그리스는 IMF의 구제금융 지원 조건 4가지 중 3가지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IMF 내부 관계자들은 WSJ에 "IMF의 션 헤이건 수석 변호사가 2010년 중반 그리스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기구의 규정을 위반하고 있다고 계속 경고했었다"고 전했다.
또 IMF는 보고서에서 "그리스 국채를 가진 민간 투자자들에 대한 부채 정리가 좀 더 일찍 진행됐어야 했다"면서 "트로이카 내부 의견 차이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독일을 비롯한 일부 유로존 회원국과 IMF 위원들은 그리스 국채에 대한 헤어컷(부채 상각)을 서둘러 해야한다고 주장했었지만, 유럽 내부의 반발에 부딪혔다는 것이다. IMF는 그리스 국채 보유자 대상 상각을 2011년 10월에 결정한 바 있다.
그리스에 제공한 첫 번째 구제금융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자, 지난해 2월 IMF와 유로존 정상들은 1720억유로 규모의 두 번째 구제금융을 제공키로 합의했었다. 이 중 IMF가 그리스에 제공한 지원금은 총 470억달러다. 사상 최대 규모의 구제 금융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