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추진 중인 '기초 단체장·의원에 대한 정당 공천 폐지' 문제가 '위헌(違憲) 논란'이라는 암초에 부딪혔다. 정당 공천 폐지는 여야가 작년 대선에서 함께 공약했던 사안으로 현재 국회 정치쇄신특위에서 본격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정당 공천 폐지는 위헌 소지가 커 그대로 추진하기 곤란하다"는 지적이 정치권과 학계에서 잇따라 제기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기초의원만 정당표시 금지는 위헌"

헌법재판소는 2003년 당시 정당 공천이 금지돼 있던 기초의원 선거에서 무소속 출마자가 정당의 추천이나 지지를 표현하지 못하게 한 선거법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정치권은 이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헌재는 "유독 기초의원 선거만 정당 표시를 금지한 것은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했다. 국회는 2005년 선거법을 고쳐 기초의원에 대해서도 정당 공천을 허용했다.

◇여야 지도부도 위헌 걱정

김진표 국회 정치쇄신특위 위원장(민주당)은 지난 4일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를 만나 "정당 공천 금지가 위헌이라는 법조계 지적이 적잖다"며 "작년 대선 때 위헌 여부에 대한 검토 없이 경쟁적으로 정당 공천 폐지를 약속했던 것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원내대표는 "우리도 위헌 문제 때문에 고민이 많다"며 "정치쇄신특위에서 면밀히 검토해 해법을 달라"고 했다고 한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도 지난 4일 지방 4대 협의체 의장단을 만난 자리에서 "정당 공천 폐지는 여야가 모두 얘기한 사안이지만 위헌 문제가 제기되고 실효성이 있는지도 고민"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당 정책연구원을 통해 헌법학자 10여명과 함께 위헌 여부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 결정에 대한 해석은 갈려

중앙선관위는 "2003년 헌재 결정은 무소속 후보의 '정당 표방 금지' 조항에 대해 위헌이라고 본 것이므로 현재의 '정당 공천 폐지' 문제와 직접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다만 "위헌 논란의 소지가 있는 만큼 입법부와 헌재가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헌법·행정 학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임지봉 서강대 교수는 "헌법이 지방선거 방식은 법률로 정하도록 입법부에 광범위한 재량권을 준 만큼 '정당 공천 폐지'를 위헌이라고 할 근거가 없다"고 했다. 오철호 숭실대 교수는 "위헌 결정이 난 '정당 추천·지지 표현 금지'와 '정당 공천 금지'는 별개의 사안이므로 위헌은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정연주 성신여대 교수는 "기초 단체장·의원만 정당 공천을 금지하는 제한을 두는 것은 평등원칙에 어긋나고, 정당 민주주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출마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출마 후보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제한한다는 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