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안먼(天安門)사태 24주년을 맞은 4일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선 하루 종일 물샐 틈 없는 경계가 펼쳐졌다. 버스에서 내려 광장으로 진입하려면 3개의 지하도를 건너야 했다. 지하도마다 X레이 검사대가 설치돼 가방 속 내용물을 검사했다. 일부 관광객은 직접 가방을 열고 소지품을 보여줘야 통과가 가능했다.
광장 곳곳에도 공안 차량이 진을 쳤다. 흰색 와이셔츠에 군청색 바지를 차려입은 사복 경찰도 자주 눈에 띄었다. 광장 외곽에는 검은색의 특수경찰기동대(SWAT) 차량까지 배치돼 있었다.
이날 오전 4시(현지 시각) 국기 게양식을 취재하러 나온 TVB방송 등 홍콩 매체 특파원 3명은 신분증을 뺏긴 채 한 시간 동안이나 억류당했다. 이들은 게양식이 끝난 뒤 촬영한 동영상을 모두 삭제하고서야 풀려났다고 홍콩 TVB방송이 보도했다.
한 중국인 관광 가이드는 "평소에도 광장 출입이 까다롭지만 최근에는 경비 강도가 훨씬 더 세졌다"고 말했다.
톈안먼광장에서 서쪽으로 5㎞가량 떨어진 무시디 지역도 길목마다 공안 차량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곳은 톈안먼사태 당시 첫 무력 진압이 이뤄졌던 곳으로 유족이 해마다 위령제를 지내온 장소이다.
중국 당국은 이번 기념일을 맞아 지난 수년간 볼 수 없었던 강력한 원천 봉쇄로 대응했다. 베이징 시내에서는 예년에 기습적으로 벌어지곤 했던 추모집회도 찾아볼 수 없었다.
중국 내 인권운동가들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취임 이후 처음 맞은 톈안먼사태 기념일인 데다 국내외에서 이 사태에 대한 재평가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했다. 베이징의 인권운동가 후자(胡佳)는 "올해는 시 주석 취임 이후 첫 기념일이어서 통제가 더 심해졌다"고 말했다.
'톈안먼 어머니'의 대표 딩즈린(丁子霖) 등 희생자 유족과 인권운동가들은 사전 가택연금 조치를 당했다고 BBC가 3일 보도했다. 희생자 유족인 장셴링(張先玲)은 "집 부근을 10여명이 지키면서 집 밖을 못 나가게 하고, 누가 찾아오는 것도 막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에 대해서도 강력한 통제가 실시됐다. 이번 기념일을 앞두고 중국 내 인권운동가들은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검은색 옷을 입고 집에 촛불을 밝혀 톈안먼사태 희생자를 추도하자'는 운동을 제안했다. 중국 당국은 이에 맞서 '톈안먼사태' '6·4사건' 등은 물론 '검은 옷' '촛불' '24주년' 등의 용어도 검색 금지어로 지정했다. 검열을 뚫고 올라온 추모 글도 줄줄이 삭제됐다.
중국 본토와 달리 홍콩·대만 등 해외에서는 추모 집회가 잇달아 개최됐다. 이날 저녁 홍콩 빅토리아공원에는 수만명의 홍콩 시민이 모여 희생자를 추모하고 명예 회복을 요구했다. 대만 타이베이에서도 대학생 중심의 추모 집회가 열렸다.
☞톈안먼(天安門) 사태
1989년 6월 4일 중국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에서 대학생과 시민들이 민주화 요구 시위를 벌이자 당국이 군부대를 동원해 무력으로 진압한 것. 당시 수천명이 목숨을 잃고 2만명 이상이 부상당한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 당국은 '반(反)혁명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