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서울 도심과 강남을 오가는 차량만 왕복 4000원을 내야 하나요? 다른 방향에서 시내로 오는 차들은 돈을 안 내는데 억울할 수밖에 없어요."
업무 중에 차량을 쓸 일이 많은 직장인 안모(32)씨는 경기도 용인에서 서울 을지로까지 승용차로 매일 출퇴근한다. 남산 1호 터널을 지날 때마다 2000원씩, 매일 4000원의 혼잡통행료를 낸다.
남산 1·3호 터널을 지날 때 내는 혼잡통행료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서울시는 1996년부터 남산 1·3호 터널을 통과하는 차량에 대해 2000원의 혼잡통행료를 받고 있다. 사대문 안 도심으로 진입하는 차량을 억제한다는 게 목적이다. 평일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1~2명만 탑승한 10인승 이하 일반 차량이 대상이다.
하지만 교통 전문가들은 혼잡통행료가 도심으로의 차량 진입을 억제한다는 애초 취지를 살린다고 보기 어렵고, 특정 방향에서 오는 차량에만 부과돼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동민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혼잡통행료가 실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선 우회로가 없어야 하는데 남산 1호 터널만 해도 소월로 등을 통해 큰 시간 차이 없이 우회가 가능하다"며 "동작·마포·서대문·성북·동대문·성동구 등에서는 돈을 지불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도심으로 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재의 혼잡통행료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혼잡통행료가 아니라 터널통행료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
실제 혼잡통행료를 징수한 이후에도 도심 전체의 차량 통행량과 평균 속도는 큰 변화가 없었다. 두 터널의 지난달 평균 통행 속도는 시속 52.61㎞로 혼잡통행료 징수 전(시속 21.6㎞)보다 2배 넘게 빨라지고, 통행량은 하루 8만7523대(2011년 기준)로 징수 전 9만404대보다 3.2% 줄었다. 하지만 도심 전체의 작년 차량 통행량은 전년 대비 1.56% 줄어드는 수준에 그쳤고, 차량 통행 속도도 1996년 시속 16.4㎞에서 2010년 시속 16.6㎞로 거의 변화가 없다.
하지만 영국 런던은 2003년 혼잡통행료 제도 도입 이후 도심 진출입 차량이 30% 이상 줄었고 도심 통행량도 15%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런던의 성공 비결을 센트럴런던으로 진입하는 모든 도로에서 혼잡통행료(하루 8파운드·한화 약 1만4000원)를 받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고준호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런던처럼 도심으로 들어가는 모든 진입로를 막아야 도심 통행량이 실제로 줄어들 수 있다"며 "수많은 진입로 중 남산 터널에서만 혼잡통행료를 받는 우리 제도는 '궁색하다'고 하는 편이 맞는다"고 말했다. 도심으로 들어오는 차량을 줄이겠다면서 도심에서 나가는 차량에까지 혼잡통행료를 받는 것도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도심 전체로 혼잡통행료를 확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서울은 도시 구조가 복잡해 도심으로 진입할 수 있는 도로가 많을뿐더러, 시민 반발도 크기 때문이다. 당초 서울시도 남산 1·3호 터널에서 혼잡통행료를 시범적으로 받은 뒤 도심 진입 17개 축과 시계 유출·입 30개 지점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시민 반발로 무산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의 차량이 1996년보다 37% 이상 늘어난 것을 감안해야 하고, 터널 통행 속도가 빨라진 것만으로도 혼잡통행료의 효과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시가 받는 혼잡통행료는 매년 150억원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