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 두 개 대신 열 손가락을 총동원해 마음을 전하는 초·중학생이 있다. 차서윤(경기 안산 덕성초등 5년)양과 전수진(전남 순천 주암중 3년)양이 그 주인공. 둘은 모바일 메신저 열풍에도 아랑곳없이 손편지('손으로 직접 쓴 편지'란 뜻의 신조어)를 고집하는 '아날로그 소녀'다. 사단법인 한국편지가족 우수 수강생인 이들이 꼽는 손편지의 장점은 꽤 많았다. (한국편지가족은 전국 지방우정청과 연계해 학교 등을 찾아다니며 무료 편지 쓰기 강좌를 펼치는 단체다.) '1'이 없어지는 데 집착하는 대신(모바일 메신저 프로그램 '카카오톡'에선 수신자가 메시지를 확인하면 숫자 1이 사라진다.) 진심을 담아 느긋하게 손편지를 전달하는 건 어떨까.
◇도전하기 머쓱할 땐 '대화체' 적용
차서윤양은 손편지의 최대 매력을 "사람과 사람 사이를 돈독하게 해주는 효과"로 꼽았다. "지난해 가장 친하게 지냈던 같은 반 친구가 올해 다른 반이 됐어요. 앞으로도 계속 친하게 지내고 싶은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제 마음을 전달하기엔 뭔가 살짝 부족하더라고요. 괜히 'ㅋㅋ'(웃는 모습의 이모티콘) 같은 표현을 덧붙이기도 싫었고요." 고심 끝에 그는 자신의 진솔한 속마음을 편지에 담아 전했다. 둘은 지금도 더없는 단짝으로 지내고 있다.
전수진양은 어릴 때부터 틈날 때마다 자신에게 편지를 건넨 어머니의 영향으로 꾸준히 편지 쓰기를 실천해 오고 있다. 전양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편지 속 진지한 내용을 부담스러워하는 친구가 많더라"며 "그럴 땐 '카톡'('카카오톡'의 줄임말) 보내듯 대화체로 편지를 써서 건넸다"고 말했다. "손편지는 문자 메시지보다 깊은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도구잖아요. 그런 점을 감안해 편지를 쓸 땐 되도록 편지지의 절반 이상을 채우려 노력했어요. 그래야 상대방이 제 편지를 '성의 없다'고 느끼지 않을 테니까요."
◇표현력 향상되고 자기 홍보 효과도
전양은 성격이 내성적인 편이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제때 꺼내놓지 못해 종종 응어리가 맺혔다. "중 1 때 교내 과학경시대회가 있었어요. 정말 나가보고 싶었지만 주저하다 결국 지원할 기회를 놓쳤죠. 아쉬운 마음에 과학 선생님께 제 생각을 편지로 전했어요. 어떻게 됐느냐고요? 당연히 대회에 참가했죠."(웃음) 그는 얼마 전 학교에서 열린 한국편지가족 주최 편지 쓰기 강좌에서 "작가가 돼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권유를 받았다. 어려서부터 편지글을 통해 갈고닦은 표현력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차양은 편지 받을 사람에 따라 편지지를 바꾼다. 친구에게 편지를 쓸 땐 그 친구와 닮은 캐릭터가 그려진 편지지를 찾아 문구점을 이 잡듯 뒤진다. 반면, 부모님이나 선생님 등 어른께 드리는 편지는 깨끗한 A4 복사용지를 고른 후 해당 어른에게 받은 인상을 토대로 직접 편지지를 꾸민다. 그는 “그 덕분인지 내 편지를 받은 사람은 하나같이 날 분명히 기억하더라”며 웃었다.
“제게 손편지는 남녀노소 두루 친하게 지낼 수 있게 해주는 ‘소통 도구’예요. 앞으로도 손편지만 있으면 주변 사람들 사이에서 곤란한 상황에 빠지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