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기업들의 부채 규모와 적자 규모가 동시에 늘어나고 있다. 빚을 줄이기는커녕 앞으로 빚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경쟁력을 잃은 공기업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지방 재정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채 1조 클럽' 9곳으로 늘어

조선일보가 전국 지자체들이 운영하는 지방공기업 387곳의 2012년 말 부채 규모를 조사한 결과 9개 기업의 부채가 1조원을 넘었다. 이 같은 '부채 1조 클럽'은 2008년 7곳에서 2곳이 늘어난 것이다. '1조 클럽'의 부채 총액도 27조9555억원(2008년)에서 47조5769억원(2012년)으로 20조원 가까이 늘었다.

부채 5000억원 이상 지방공기업은 2008년 20곳에서 2012년 24곳으로 늘었다. 부채 1000억원 이상 공기업도 53곳에서 61곳으로 늘었다. 공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부채 규모가 전반적으로 커지고 있는 것이다.

1조원 안팎의 대규모 부채를 짊어진 공기업들은 주로 시·도의 아파트·산업단지 개발 사업을 하는 도시개발공사들이다. 이들은 2006년부터 산업단지와 임대주택 등 개발로 큰 빚을 진 뒤 원금에 이자가 더해지면서 부채가 급증하고 있다. SH공사는 부채가 18조원을 넘었고, 경기도시공사(8조4000여억원), 인천도시공사(7조9000여억원), 부산도시공사(2조4000여억원), 강원도개발공사(1조2000여억원) 순이었다.

도시철도를 운영하는 전국 7곳의 교통·철도공사도 만성 적자로 인해 부채 규모가 6조원을 넘어섰다. 서울메트로·서울도시철도공사가 합계 4조원 넘는 부채를 갖고 있었다. 부산교통공사(8832억원)와 대구도시철도공사(4621억원) 등도 부채 규모가 계속 늘고 있다.

시·도의 상수도·하수도 본부와 시설관리공단의 부채도 5조원을 넘었다.

시·군·구의 기초자치단체들도 앞다퉈 공사 설립에 나서면서 지방 부채를 키우고 있다. 시·군 단위 개발·유통사업을 하는 공기업이 2008년 26개에서 2012년 35개로 늘었고, 이들의 부채 규모도 5년 전 1조원에서 작년 2조6000억원으로 늘었다.

전체 절반이 적자 기업

지방공기업들은 갈수록 경영 실적이 떨어지면서 스스로 빚을 갚을 능력을 상실하고 있다. 올해 공기업 387곳의 총 적자는 1조4000억원에 달했다. 영업 적자를 내는 공기업 수는 2007년 172곳에서 2012년 215곳으로 늘었고, 당기순이익 적자 기업도 5년 전 140곳에서 작년 184곳으로 늘었다.

지방 재정 전문가들은 "일반 기업들과 경쟁했더라면 수년 전에 퇴출됐을 '좀비 공기업'이 적지 않다"며 "기관장에게 좀 더 엄격한 평가 기준을 적용하고 경쟁 체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