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식탐(食貪)'에 미국이 긴장하고 있다. 중국 최대 가공육 업체 중 하나인 슈앙후이(雙匯) 인터내셔널이 지난 29일(현지시각) 미국 최대 돈육 가공업체 스미스필드를 인수한다고 발표한 여파다. 에너지와 희소 자원에서 시작해 먹거리에까지 손을 뻗는 중국 기업들의 움직임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인수 안을 최종 검토하는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도 관심거리다.
◆ 해외 식품업체에 눈 돌린 中…설탕·시리얼부터 부터 돼지고기까지
각종 에너지·광물 기업 인수에 열중하던 중국이 최근 국외 식품업체 인수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 보도했다. 작년 중국 국영 량유식품집단(COFCO)이 호주 설탕 생산업체 툴리슈거(Tully Sugar)를 1억4000만달러(약 1570억원)에 인수했다. 또 중국 최대 식품업체 브라이트푸드(광밍그룹)은 2011년 호주 마나센푸즈(Manassen Foods)를 5억2200만달러(약 5869억원)에 인수했다. 브라이트푸드는 작년 영국 시리얼 업체 위타빅스의 경영권 인수를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29일엔 슈앙후이 인터내셔널이 47억달러(약 5조2800억원)에 스미스필드를 인수하는 방안에 합의하면서 인수 가격에 정점을 찍었다. 이는 최근 10년 동안 이뤄진 중국 기업의 미국 기업 인수 거래 중 제일 규모가 큰 거래라고 WSJ는 전했다. 슈앙후이는 스미스필드의 28일 주가(종가 기준)보다 31% 비싼 값을 인수 대금으로 낼 예정이다.
◆ 생활수준 높아지자 고기 소비 늘어…먹을거리 파동도 한몫
중국 기업들이 해외 식품업체를 사들이는 것을 두고 WSJ는 중국인의 식생활 변화로 설명했다. 소득이 늘어나면서 질 좋은 고기에 대한 욕구가 늘었다는 얘기다. 수치로도 확인된다. LA타임스는 미국 정부 자료를 인용해 "1978년 중국인의 고기 소비량을 미국인과 비교하면 3분의 1수준에 불과했지만, 작년엔 미국인의 두 배로 늘었다"고 썼다. 작년 중국인의 연간 고기 소비량은 7000만톤, 미국인의 소비량은 3300만톤을 각각 기록했다는 설명이 따랐다. 돼지고기의 경우, 2010년 자료를 보면 중국인의 소비량은 5100만톤을 기록했고 미국인은 900만톤에 그쳤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에서 잇달아 터진 먹거리 파동을 이유로 꼽았다. 한 예로 올해 3월 중국 상하이(上海)의 식수원인 황푸(黃浦)강에는 수천 마리의 돼지 사체가 떠올라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중국 경찰은 900명 이상의 고기 판매업자를 체포했고, 그 중 두 명은 병에 걸린 돼지고기를 40톤가량 판매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스미스필드 인수 업체인 슈앙후이 역시 2011년 돼지 사료에 금지 약품을 넣은 것으로 드러나 곤욕을 치렀다. 이코노미스트는 "서양 브랜드와의 합작은 중국 내부 먹거리 안전에 대한 우려를 줄여주는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고 평했다. 프랑스 다농, 덴마크 아를라 푸드, 스위스 네슬레 등 이름난 유제품 업체가 일제히 중국 시장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는 설명이 따랐다.
◆ 美 CFIUS 승인 여부에 관심…中 기업 발 뻗기 계속될 듯
미국 내에선 이번 인수 거래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슈앙후이가 스미스필드를 인수하려면 우선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정치권은 2005년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가 미국 에너지 업체 유노칼을 인수하려던 걸 막은 사례가 있다"며 "정치권이 인수안을 승인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CFIUS는 돼지고기가 군사용으로 납품될 가능성, 미국의 축산·가공 기술이 유출될 가능성, 미국 식품기업 인수로 미국 식품 공급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최종 승인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종 승인 여부는 올해 하반기 중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앞으로 유제품이나 소고기 등 다른 식품 분야 기업 인수로 발을 넓힐 가능성도 크다고 말한다. ANZ은행의 폴 딘 농업부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WSJ에 "앞으로 고기·유제품과 관련해선 더 다양한 인수·합병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특히 호주·뉴질랜드에 대한 관심이 많은 만큼, 다양한 인수 기회를 찾을 거란 설명이 따랐다.
라부뱅크의 첸준판 연구원은 WSJ에 "중국의 소고기 소비량이 크게 늘고 있다"며 "소고기 업체 역시 중국 기업들의 인수 목표물이 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소고기 소비량은 꾸준히 늘었고, 2007년 이후 중국 내 소고기 소매 가격이 두 배로 뛰었다는 설명이 따랐다. 이어 그는 "먹거리 파동이 연이어 터지면서 중국 현지 기업의 신뢰도가 떨어졌다"며 "올리브 오일, 고기, 치즈·요거트 등 고급 가공식품 기업에 대한 인수 움직임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