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야간 당직 때 겪은 일이다. 경찰서 당직실 복도에 매 맞은 아내와 어린 자녀들이 앉아 울고 있었다. 남편이 술주정으로 가족에게 수시로 폭력을 행사했고, 결국 이웃의 신고로 경찰서까지 오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 남편은 "내 가족 내가 알아서 하는데 왜 경찰이 나서느냐"고 했다. 세상 변한 줄 모르는 것이다.
가정 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 가정 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으로 그동안 개인적인 일로 여겨지던 가정 폭력은 이제 사회적인 범죄행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가정 폭력은 가족해체의 직접적 원인일 뿐만 아니라, 피해자인 가족 구성원에게 장기적인 영향을 끼쳐 사회 전체에도 나쁜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의 가정사에 참견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식의 생각은 무책임을 넘어 사회 발전을 저해하는 데 일조하는 것이 된다.
요즘 경찰과 사회단체들이 손잡고 4대 사회악 척결을 추진하고 있다. '성폭력' '가정 폭력' '학교 폭력' '부정·불량 식품' 척결이 그것이다. 그러나 국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캠페인과 단속만으로는 이런 범죄들을 근절할 수 없다. 이번 경우에도 이웃 주민 신고가 없었다면 그 가족은 계속 맞고 살게 될 것이다. '신고 정신'이 인정이 없다거나, 이웃끼리 야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선진 풍토가 정착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