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인성 교육 결합 ‘농어촌 인성학교’ 가보니…

“(긴 나무토막에 막대기를 박아 만든 도구를 가리키며) 이게 떡메예요. 떡을 칠 때 사용하는 도구죠. 이걸로 쌀 반죽을 많이 내리쳐야 떡이 부드럽고 차지게 됩니다.” 지난 21일 오후 1시, 강원 정선 시내에서 차로 20분쯤 더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개미들마을. 백이산과 천마산으로 둘러싸인 이곳에서 난데없이 떡 만들기 수업이 열렸다. 최용석 체험교사의 설명에 학생들은 귀를 쫑긋 세웠다. 직접 만든 떡을 맛본 학생들은 곧이어 연습실로 이동, 난타 공연을 체험했다. 계곡으로 이동한 후엔 맨손으로 송어를 잡았고 논으로 장소를 옮겨선 농사 체험 활동에 참여했다. 이유정(서울 창동중 3년)양은 “서울에선 경험할 수 없는 일을 해볼 수 있어 좋았다”며 “무엇보다 친구들과 색다른 추억을 쌓았다는 점이 기쁘다”고 말했다. “수학여행을 겸해 이곳을 찾았다”는 김인숙 창동중 교사는 “예전 수학여행과는 달리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어 학생들에게 특히 유익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강원도 정선 개미들마을을 찾은 서울 창동중 학생들이 송어잡기(위), 난타체험(오른쪽 아래), 떡메치기(왼쪽 아래) 활동을 차례로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농어촌 체험도 하고 인성교육도 받고

체험학습과 인성교육이 결합된 '농어촌 인성학교'가 참가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조금씩 입소문을 타고 있다. 농어촌 인성학교는 '농어촌을 인성 교육 기관으로 만들어보자'는 취지 아래 올 2월 교육부(당시 교육과학기술부)와 농림수산식품부가 공동으로 기획했다. 그간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훌륭히 운영해 온 농어촌 마을 가운데 자체적으로 개발한 인성 프로그램이 돋보인 전국 28곳〈표 참조〉이 시행 첫해 대상으로 선정됐다. 교육부는 △인성 프로그램의 질 △숙박 등 시설 확보 △위생 △식사 관련 요건 완비 등의 기준을 바탕으로 1차 서류심사와 2차 현지 실사를 각각 진행했다.

과거 농어촌에서 진행된 체험학습이 농사나 낚시 모습을 관람한 후 설명을 듣는 데 그쳤다면 농어촌 인성학교는 여기에 전통 예법 교육까지 이뤄진다. 그간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훌륭히 운영해 온 농어촌 마을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농어촌전원학교(지난해 5월 교육부가 선정한 농어촌 소재 '자연친화적 수업 진행 초·중학교')와도 차이가 있다. 이원구 교육부 인성교육지원팀 연구사는 "최근 청소년 사이에서 학원 폭력, 집단 따돌림 현상이 증가함에 따라 인성 문제가 심각해졌다"며 "자연을 벗삼아 친구들과 우애를 쌓고 감성을 기르게 하자는 취지로 농어촌 인성학교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농어촌에서 인성을 기른다'는 아이디어는 해외 선진국에선 이미 실현 단계에 있다. 프랑스와 일본에서는 일찍부터 농어촌과 초등생을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이원구 연구사는 "올 초 선정된 28개 권역의 운영 결과를 토대로 올해 말엔 50개, 내년엔 150개로 농어촌 인성학교 수를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어낚시·짚공예… 고르는 재미 '쏠쏠'

농어촌 인성학교에선 그간 농어촌 체험학습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인성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다. 이를테면 강원도 횡성 덕고마을은 지역의 자원과 특성을 살린 횡성 한우 체험 외에 전통 혼례 체험과 예절 교육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경기 양평 산수유마을에선 기존 들꽃 숲체험의 내용을 보완, 생명체의 가치를 깨닫는 시간으로 완성했다. 이호남 산수유마을 사무장은 "우리 마을이 농어촌 인성학교로 선정되도록 내부적으로 많은 변화를 시도했다"며 "들꽃 숲체험 전문가를 초빙해 수업의 질을 높이는 한편, 전통 짚공예 수업 등을 신설한 게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농어촌 인성학교에선 마을권역위원장과 사무장, 전문 교육을 받은 농어촌 체험교사가 각각 배치돼 일정을 소화한다. 최법순 개미들마을 위원장은 "개인이나 학교가 자신에게 맞는 일정(1일·1박 2일·2박 3일 등)과 프로그램을 택한 후 자유롭게 신청하면 누구나 적은 비용으로 체험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