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9월 전국 42개 중학교 1학년 학생 8000여명이 틀에 박힌 암기식 수업 대신 토론·체험 학습을 하고, 학교 밖에서 진로 체험도 하면서 '자유학기'를 체험한다. 내년 3월 전국 40개 중학교 2학년 학생 8000명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교육부가 28일 자유학기제 시범 사업 운영 계획을 내놨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자유학기제를 도입해 진로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한 지 꼭 반년 만이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2015년까지 시범 운영을 거쳐 2016년 자유학기제를 전국 3200여개 중학교에 전면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2016년은 현재 초등학교 4학년생들이 중학교에 입학하는 해다. 앞으로 한국의 중학교는 무엇이 어떻게 바뀌게 될까?

①오전엔 국·영·수… 오후엔 진로탐색·동아리

자유학기제 기간에 교과 과목 수업은 최소화한다. 일주일 수업 시간 33시간 중 20시간 정도를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등 교과에 할애한다. 나머지 13시간은 자유학기제 특화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예컨대 월~금요일 오전에는 교과 수업을 하고, 오후엔 진로 탐색과 동아리 활동 등을 하는 식이다. 자유학기제 특화 프로그램에는 '진로 탐색 활동' '동아리 활동' '예술·체육 활동' '선택 프로그램' 등이 있다.

학교마다 수업 시간은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지금처럼 전국 어느 중학교나 수업 시간표가 엇비슷한 상황이 바뀌는 것이다. 진로 체험에 중점을 두는 학교는 진로 탐색 시간을 확대하고, 동아리 활동에 중점을 두는 학교는 동아리 활동 시간을 늘릴 수 있다. 대상 학년과 학기는 아직 논의 중이다. 올해는 1학년 2학기, 내년에는 2학년 1학기에 시범 운영한다.

②중간·기말시험 대신 쪽지시험·수행평가

자유학기 동안 중간·기말고사를 보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 기간에 시험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학급별로 쪽지시험을 치르거나 수행평가는 실시한다. 학생들이 학습 목표를 달성했는지를 점검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생활기록부에도 학력 상황을 기재한다. 단 자유학기 기간의 교과 내신은 자율형 사립고, 과학고, 외국어고 등에 지원할 때의 입시 성적에는 반영하지 않는다. 중간·기말고사를 보지 않으면 학력이 떨어지고 사교육 의존도가 심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국·영·수 등 기본 교과 수업은 충실히 진행할 예정이며,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에 대해서는 '맞춤형 학력 향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③'드라마와 문화' 등 관심 분야로 수업 진행

그동안 한국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는 세계 1~2위를 달리는 반면(학업성취도국제비교연구·2009년), 청소년행복지수는 OECD 주요 국가 23개국 중 23등이었다(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2012년). 요컨대 공부는 잘해도 마음은 어두운 아이들을 양산하는 시스템이다.

지금까지 학교 수업이 교사가 일방적으로 강의하는 식이었다면 자유학기제에는 학생들의 관심과 흥미를 이끄는 프로그램을 공급한다. 예를 들어 학교는 학생들 관심 분야를 조사해 '선택 프로그램'을 자유학기 중 개설한다. '한국의 예술 발견하기' '드라마와 문화' '미디어와 통신' '녹색학교 만들기' 등의 강좌가 '선택 프로그램'의 예다.

④미술·과학교사, 한 교실서 같이 가르치기도

국어·영어·수학 등 기존 교과 수업 방식도 대수술한다. 우선 교사 두 명 이상이 한 교실에서 함께 가르치는 '코 티칭(Co-Teaching)'을 도입한다. 국어 수업은 기존 국어 교사와 언론재단 소속 미디어 강사가 함께 신문활용교육(NIE)으로 수업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 한 교실에서 과학 교사는 '빛과 색의 합성 원리'를 설명하고, 미술 교사는 '빛의 원리를 이용한 인상파 작품 이해'를 강의할 수도 있다. 학생들 여럿이 역할을 나눠 서로 도우며 학습 시너지를 내게 하는 '협력 학습', 수업 시간을 2~3시간씩 묶어서 일정한 내용을 가르치는 '블록 타임' 등도 시도된다.

⑤내년까지는 소방서·경찰서 등 공공기관 위주

학생들은 자유학기 동안 최소 2회 이상 온종일 진로 체험을 나가게 된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단체로 이끌고 나가는 형태의 진로 체험도 있고, 학생 스스로 국내 기관을 섭외해 진로 체험을 나간 뒤 학교장이 이를 출석으로 인정하는 '자기 주도 진로 체험'도 있다. 교육부는 "연구학교를 중심으로 시범 사업이 진행되는 내년까지는 주로 소방서·경찰서·지자체 등 공공기관과 공기업을 중심으로 진로 체험이 이뤄지도록 유도하겠다"면서 "그 사이 지역사회와 학부모를 설득해 민간 기업들도 학생들에게 문을 열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12~13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만큼 실질적인 진로 체험보다는 직업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를 유발하는 차원에서 실시될 가능성이 크다.

⑥참여기업 미미… 都農 간 격차 커질 가능성, 인프라 부족 등 문제점도 많아

문제는 인프라다. 올해와 내년에는 각각 40개 안팎 중학교가 시범 사업을 벌이는 수준이지만, 2016년에는 전국 3200여개 중학교가 모두 자유학기제를 실시한다. 교육부는 지난 4월 한국교육개발원 안에 '자유학기제 지원센터'를 만들었다. 지원센터는 ▲시범학교 애로 사항을 청취하고 ▲자유학기제 모델을 만들고 ▲공공기관, 민간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학생 교육 매뉴얼을 제작할 계획이다.

하지만 그 정도 조치로 자유학기제가 잘 굴러갈지 걱정스러워하는 전문가가 많다. 무엇보다 자유학기 때문에 되레 격차가 증폭될 거라는 우려도 크다. 대도시 부자 동네 아이들은 대기업과 전문 업종을 줄줄이 둘러보고, 가난한 시골 다문화 가정 아이들은 이렇다 할 경험도 못하고 방치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이 왜 중학생 진로 체험을 거들어야 하는지 납득할 만한 '인센티브'도 없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학생들에게 체험을 시켜주려면 직원 1명을 빼야 하는데, 하다못해 세금공제라도 해줘야지 '무조건 희생하라'고 하면 얼마나 참여하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