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주연상 수상자가 호명되자 베레니스 베조(Bejo·37)는 자리에서 일어나 두 팔을 벌려 휘젓다가 얼굴에 갖다댔다. 도드라진 광대뼈 위에 눈물이 고였다가 흘러내렸다. '보디 랭귀지의 여왕'다운 기쁨의 표현이었다.

아시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더 패스트'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베조는 2011년 경쟁 부문에 오른 흑백 무성영화 '아티스트'로 칸의 레드카펫을 밟았다. 당시 상은 받지 못했지만 대사 한마디 없이 오직 커다란 몸짓과 표정만으로도 온갖 감정을 표현한 연기로 이름을 알리게 됐다. 이번 영화에서도 그는 이혼과 네 번째 재혼을 앞둔 여성 마리 역을 맡아 죄책감과 분노 그리고 표현할 수 없는 애정 등 미세한 감정을 탁월하게 포착해냈다. 넉 달에 걸친 촬영에 들어가기 전 파르하디 감독은 베조와 다른 출연 배우들을 데리고 두 달 동안 리허설만 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아이가 둘이나 있어서 해외 촬영을 꺼리는 편이다. 하지만 파르하디 감독이 부른다면 아이들을 데리고서라도 세계 어디든지 가겠다"고 했다.

몸으로 연기를 한다는 점에서 '아티스트'와 '더 패스트'에서 그의 연기는 무척 닮았다. 베조는 "'더 패스트'의 마리는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사랑받지 못한 데다 가족 때문에 피로에 쩔어 있는 여자다. 나는 마리의 피로를 표현하기 위한 보디 랭귀지를 연구했다"고 했다.

베조는 시상식과 기자회견에서도 감정 표현을 적극적으로 했다. 입을 크게 벌려 웃고, 놀랄 때는 눈이 두 배로 커졌다. 목이 메는 듯 목소리가 떨릴 때도 있다.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 프랑스 파리에서 자란 그는 어렸을 때 언니에게 '너 때문에 방이 비좁다'는 말을 많이 들었단다. 덩치가 커서가 아니라 제스처가 크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