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결정을 해야 한다. 오늘은 어떤 옷을 입을까? 어느 학교에 진학하는 게 좋을까? 누구랑 결혼해야 할까? 어쩌면 인생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계속되는 선택의 꼬리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확신한다. 타인으로부터 강요당하는 특정 상황을 빼고는 우리는 당연히 원하는 선택을 한다고. 예를 들어 지금 이 순간 나는 내 팔을 들고 싶을 수 있다. 그리고 '팔을 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에, 팔을 들게 된다. 의지는 자유로운 '주인'이며, 선택은 의지의 명령을 따라야 하는 노예일 뿐이라는 게 우리의 믿음이다. 하지만 정말 그런 걸까? 유명한 리벳 실험(Libet Experiment)에 따르면, 의지와 선택은 조금 더 복잡한 관계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벤저민 리벳(Benjamin Libet) 교수의 실험은 간단하다. 손가락 또는 팔을 움직이기 약 1초 전 일부 대뇌 운동 영역에선 '준비전위'라 불리는 특정 뇌파 신호를 측정할 수 있다. 리벳 실험에선 피험자에게 언제든지 자신이 원할 때 손을 움직이되, 손을 움직이고 싶다라는 의지가 생기는 동시 버튼을 누르도록 했다. 결과는 뜻밖이었다. 피험자가 '손을 움직이고 싶다'라는 마음이 생기기 전 피험자의 뇌에서 준비전위를 측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의지가 생기기 전 뇌는 이미 선택하고 움직일 준비를 한다는 결론을 낼 수 있다. 몸의 선택은 우리의 자유의지만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우리의 선택은 누구를 통해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

아름다운 외모와 노래로 뱃사공들을 유혹했다는 그리스 신화의 사이렌.

그리스신화엔 아름다운 미모와 노래로 뱃사공들을 홀려 배를 침몰시킨다는 '사이렌'들이 나온다. 호기심 많은 오디세우스는 사이렌들이 사는 섬을 지나가기로 결정하지만, 만약을 대비해 자신을 묶어놓으라 명령한다. 결국 오디세우스 역시 사이렌의 아름다운 노랫소리에 매혹당하지만, 멍청한 선택을 할 수도 있을 미래의 자신을 믿지 않은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우리의 선택을 좌우하는 원인은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진화·유전적 성향 같은 선천적 원인도 있을 것이고, 교육·경제적 조건, 주변 친구들 같은 후천적 이유도 있을 수 있다. 결국 수많은 조건과 원인이 인지적 '풍경'을 구현하며, 우리의 선택은 그런 풍경에서 물이 흐르듯 다양한 조건과 원인을 통해 '자동'으로 계산된다는 이론을 만들어 볼 수 있다. 하지만 절대적으로 자유로운 의지는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고 가설하더라도 인간의 모든 행동이 용서되는 건 물론 아니다. 우리는 오디세우스같이 미래에 내릴 수도 있는 우리 자신의 멍청한 선택을 예측할 수 있기에, 아무리 뇌가 'yes'라 명령할지라도 'no'라고 말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