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치인들의 역사 왜곡 도발이 끝없이 이어지면서, 의원 외교에서도 한·일(韓日) 교류는 취소·축소되는 반면 한·중(韓中) 교류는 활성화되는 '중·일(中日)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일본과 안보 공조 재검토해야"
새누리당은 22일 당내 동아시아역사특별위원회를 국회 차원의 특위로 격상하기로 했다.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이날 "일본의 역사 왜곡 교육이 장기간 지속된다면 지금보다 사태가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회 동아시아특위에는 '역사 왜곡 소위' '국제 공조 소위' '안보 소위'를 두기로 했다. 국제 공조 소위에서는 미국·중국·유럽·동남아 등 일제 침략으로 피해를 봤던 국가의 의회들과 연대해 공동 규탄 결의안 채택을 논의할 계획이다. 특히 안보 소위는 '한·미·일 안보 협력'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통해 일본을 압박할 방침이다. 당내 특위 위원장인 남경필 의원은 "이제 일본과 안보 공조를 계속할 수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며 "그동안 한·미·일이 협력했지만 이제는 한·미·중이 안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까지 말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여성 의원들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세계 어느 국가가 자기들의 범죄 앞에 이토록 당당할 수 있단 말인가. 아베 총리는 머리 숙여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새누리당 여성 의원들과 국회 외교통일위,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이날 각각 기자회견을 갖고 일본의 사죄와 우리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중국, 한국 국회에 러브콜
의원 교류에서도 일본과는 냉풍이, 중국과는 온풍이 불고 있다. 한국국회의원축구연맹은 오는 27일 일본에서 일본의회축구연맹과 7년 만에 갖기로 했던 친선 축구 경기를 취소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를 계기로 시작된 축구 교류는 1997년부터 2006년까지 여섯 차례 열렸다. 한국 측 축구연맹 회장인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은 "도저히 친선 축구를 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태환 의원 등 한일의원연맹 회장단도 지난 7일 일본을 방문, 일본 측 연맹 회장인 누카가 후쿠시로 전 재무상을 만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항의하는 서한을 건넸다. 1972년 출범한 한일의원연맹은 박태준·김종필·문희상·이상득 등 거물급 정치인이 회장을 맡아왔지만, 최근에는 일부 회원이 "한·일 교류를 당장 중단하자"고 요구하는 등 분위기가 악화되고 있다.
반면 1995년 설립된 한중의원외교협회는 지난 3월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을 회장으로 선출하고 올해 베이징에서 제7회 한·중 합동 회의를 갖기로 했다. 한·중 의회 차원의 공식 회의는 지난 17년간 여섯 번 열리는 데 그쳤다. 정몽준 회장은 "교류를 활성화해 한일의원연맹 수준으로 위상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중협회에는 새누리당 이한구 전 원내대표, 민주당 문희상 전 비대위원장 등 여야 핵심 의원 50명이 참여하고 있다.
중국도 한국 국회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은 이달 20~24일 여야 의원 10명을 중국으로 초청했고, 지난달에도 의원 7명을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국회 관계자는 "규모에선 아직 한일연맹이 한중협회보다 앞서지만, 힘의 축은 점점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