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이 검찰의 압수 수색 계획을 예상하고 조직적으로 증거인멸에 나선 정황이 곳곳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1일 오전 6시 30분쯤 검사와 수사관 80명을 투입해 CJ그룹 본사와 CJ 인재원·경영연구소 등 6곳에 대해 대대적인 압수 수색을 실시했다. 그러나 CJ그룹은 수사를 예견한 듯 일부 사무실에 있는 컴퓨터를 통째로 교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에서 압수 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즉시 집행에 들어갔다"며 "압수 수색 영장 집행 전날 밤에 CJ 측이 직원들을 동원해 일부 컴퓨터를 새것으로 교체하고 문서를 없앤 것 같은 의심이 드는 현장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서울 장충동 CJ 경영연구소 주변 CCTV를 확인, 압수 수색 전날 CJ직원들이 서류 박스를 들고 나오는 장면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CJ그룹은 2008년 이재현 회장의 차명 재산 존재가 알려진 데다, 최근에도 1422억원에 이르는 서미갤러리와의 수상한 미술품 거래 내역이 드러나면서 검찰이 내사에 나섰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에 따라 CJ그룹이 검찰의 압수 수색에 사전 대비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재벌 기업이 검찰 수사를 앞두고 조직적으로 증거인멸 작업을 벌인 일은 예전에도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일부 대기업은 마치 평소에 훈련이라도 한 것처럼 압수 수색에 일사불란하게 대처한다"며 "검찰의 디지털·스마트 수사기법이 발전하는 만큼 기업에서도 '증거인멸 기술'의 수준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CJ그룹은 이 회장의 비자금에 관한 단서를 알고 있는 인물들과 최근까지 접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전직 자금관리인이었던 이모(44)씨뿐 아니라 이씨에게서 이 회장의 돈 230억원을 빌렸다가 청부 살해 피해자가 될 뻔했던 조직폭력배 출신 박모(43)씨도 출소한 뒤 CJ와 접촉해 일종의 '협상'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의 한 지인은 "박씨가 CJ 사건에 연루되면서 현재는 조직폭력계 생활도 접었다"며 "지금까지도 CJ와 접촉하면서 금전 문제로 다투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