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미드필더 이청용(25· 볼턴)에게 올 시즌은 특별했다. 2011년 7월 연습 경기 도중 상대 선수에게 거친 태클을 당해 오른쪽 정강이뼈가 부러져 거의 한 시즌을 날린 이청용은 소속팀 볼턴의 강등으로 이번 시즌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리그)에서 뛰었다.

전문가들은 "끔찍한 부상을 당한 탓에 상대 태클을 두려워하는 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지만 이청용은 그런 우려를 말끔히 날려버렸다. 프리미어리그보다 훨씬 거칠고 투박한 경기를 펼치는 챔피언십에서 올 시즌 잉글랜드 무대 진출 후 최다인 44경기를 소화했다. 팀의 1부 리그 승격을 이끌진 못했지만 5골 7도움으로 성공적인 재기를 알렸다.

이청용을 팔 수 없다는 볼턴

볼턴 구단은 그런 이청용을 쉽사리 놓아주지 않을 분위기다. 영국 볼턴 지역지인 볼턴 뉴스는 22일(한국 시각) "팬들은 이청용이 프리미어 리그팀으로 이적한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지만 현재로선 그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도했다. 필 가트사이드(61) 볼턴 회장은 팀의 주축인 이청용을 지켜내고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서 선수를 보강해 2014~2015시즌 1부 리그 입성을 노린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청용은 볼턴과 2015년까지 6월까지 계약돼 있다. 팀이 이청용을 두고 '판매 불가' 방침을 고수한다면 이청용의 프리미어리그행(行)은 어려울 전망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2부 리그 탈출'에 실패한 볼턴이 중계권료 등에서 많은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고액의 이적료 제의가 올 경우 이청용을 내줄 가능성도 있다.

독일의 축구 이적 정보 사이트 '트랜스퍼마르크트'는 이청용의 시장가치를 500만유로(약 72억원)로 평가했다. 올해 초 겨울 이적 시장 때(750만유로·약 108억원)와 비교해선 팀의 승격 실패 등으로 다소 떨어졌다. 이청용은 지난 4일 블랙풀과 최종 라운드를 치른 뒤 "승격에 실패해 아쉽지만 지금은 이적 문제를 얘기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6월엔 대표팀 에이스로!

일찌감치 귀국한 이청용은 지난 19일 국가대표 동료 박종우(24)의 결혼식에 참석했다. 중학교 동창으로 오랜 시간 연애한 여자 친구와 함께 나타난 그는 "결혼은 언제 할 거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조용히 미소만 지어 보였다. 이날 양복을 입고 한껏 멋을 낸 이청용은 잠깐의 휴식 뒤 다시 땀에 젖은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

지난 19일 국가대표 동료 박종우의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한 이청용이 손을 들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청용의 눈앞엔 브라질월드컵 최종 예선 3연전이 있다. 한국은 다음 달 5일 오전 2시 30분(한국 시각) 레바논 원정으로 6차전을 치른 뒤 우즈베키스탄(11일 오후 8시·서울월드컵경기장)과 이란(18일 오후 9시·울산문수경기장)을 상대로 7·8차전을 벌인다.

한동안 부상 여파로 대표팀에서 부진했던 이청용은 지난 3월 카타르와 벌인 최종 예선 5차전에서 펄펄 날았다. 팬들은 이청용의 감각적인 패스와 드리블 돌파를 보며 그의 부활에 열광했다. 이번 3연전에서도 이청용은 한국 공격의 한 축을 꿰찰 전망이다. 그로선 2010 남아공월드컵 16강전 우루과이전 후 대표팀에서 침묵한 득점포를 다시 가동할 절호의 기회다.

2008년 5월 A매치 데뷔전을 치러 벌써 6년 차인 이청용은 어느덧 대표팀 중고참이 됐다. 최근엔 쓴소리도 아끼지 않는다. 지난 3월 카타르전을 앞두고 "대표팀에 대화가 부족하다"고 지적한 그는 카타르전이 끝난 후 "우리 팀의 색깔이 도드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