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룡해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22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북한·중국 모두 최룡해의 정확한 방중(訪中) 이유가 무엇인지, 언제까지 중국에 머물면서 누굴 만날 것인지 등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과거 북·중 고위급 상호 방문 때처럼 이번에도 중국은 사전에 최룡해의 특사 방문 사실을 한국에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최는 김정은의 최측근이자 북한 군의 최고 실세로 김일성의 빨치산 시절 부하였던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이다. 최는 2011년 말 김정일 급사(急死) 후 군의 실세였던 리영호 전 총참모장 등에 대한 숙청을 주도해 김정은이 북한 군부를 장악할 결정적 계기를 만들었다.

북한과 중국 간에는 지난해 12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고, 올 2월 3차 핵실험을 실시한 이후 고위급 인사의 상호 방문이 사실상 끊겼다. 북한과 중국이 서로 상대가 특사를 보내겠다고 한 것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랬던 북·중이 북한 특사의 방중에 합의한 것은 고위급 인사 교류를 중단해야 했던 요인이 사라졌거나 아니면 북·중 핵심들이 만나서 문제를 풀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은 북한이 작년과 올해 다섯 달 넘게 핵전쟁 위협을 계속하는 데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일각에선 최의 방중이 당분간 핵·미사일 실험을 않겠다는 북한의 약속 없이는 이뤄지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 관영 매체는 최의 방중에는 인민군 총참모부 작전국장, 노동당 국제부 부부장 등 외교·안보 관계자들이 동행했다고 보도했다. 특사단 면면을 보거나 북한이 최근 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의 주범인 김격식을 인민군 총참모장에 재기용한 것을 보더라도 북한이 도발을 접고 중국에 경제 지원 등을 요구할 것이라고 속단하기 어렵다.

최룡해의 방중은 북한의 향후 태도 변화 여부의 갈림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고, 다음 달 7~8일엔 오바마·시진핑 간 미·중 정상회담 일정이 잡혀 있고 다음 달 하순쯤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게 돼 있다. 북한 문제는 한·미, 미·중, 한·중 정상회담의 핵심 이슈다. 한·미는 이미 북의 도발 중단과 비핵화를 전제로 북한과의 대화 용의를 천명한 상태다. 중국은 북한 권력의 본심을 확인하고, 북한이 핵·미사일을 접고 대화에 나서도록 설득해야 한다.

세계는 이번 북한 특사의 중국 방문을 지켜보며 중국의 역할을 확인할 것이다. 최의 방중이 북·중 고위급 접촉을 재개하고 북·중 관계를 복원하는 수준에 머문다면 중국은 또 한 번 국제 위상(位相)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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