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의 텃밭으로 여겨지던 카리브해 국가를 상대로 대대적인 경제 지원에 나섰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영향력이 주춤한 틈새를 파고드는 양상이다. 중국 정부는 카리브해 국가들로부터 원자재 시장 이권부터 유엔에서의 협력까지 기대하고 있다고 20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FT는 "최근 중국의 카리브해 투자가 점점 커지는 건 물론 영향력도 뚜렷해졌다"고 보도했다. 투자 규모에서부터 확실히 드러난다. 중국은 바하마 제도에 수십억달러 규모의 리조트 사업에 돈을 대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달 자메이카에 가교·도로 재건 비용으로 3억달러(약 3370억원)를 융자해 주기도 했다.
지난해 4월에는 바하마에 3500만달러(약 400억원) 규모의 대형 경기장을 전액 지원해 지어줬었다. 2011년 말 중국은 카리브해 국가들에 총 63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었다. 데이비드 예솝 카리브해 위원회 대표는 FT에 "카리브해 국가들도 중국에 다수의 대표단을 파견했다"며 "베이징에서 고위급 정치인들과 자주 교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리브해는 전통적으로 미국의 영향력이 컸던 곳이다. 조지 W 부시 전(前) 미국 대통령은 "제3의 국경"이라고 한 적이 있을 정도다. FT는 "카리브 해에서 민간 부문 투자와 관광 산업을 주로 했던 미국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원이 어려워지면서 발을 뺐다"고 전했다.
중국의 카리브해 지원 정책은 국제 사회에서 대만을 고립시키려는 의도에서 시작했다. 대만은 국제 사회에서 중국에 밀리면서 외교적 고립을 피하기 위해 지금까지 이 지역에 많은 신경을 써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국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7000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카리브해에는 25개 나라가 모여 있다. 규모는 작지만 유엔 총회에서 14개국이 각각 한 표를 행사한다. 중국으로서는 국제 사회에서 표 대결을 벌일 때 요긴한 우군으로 활용할 수 있다. 경제적인 매력도 한몫한다. 남미를 포함해 카리브 해 국가들은 매장 자원이 풍부하다.
하지만 "카리브해 국가들 모두가 중국을 반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FT는 전했다. 중국이 많은 돈을 빌려주거나 지원했지만, 내수 경기에는 정작 도움이 안 됐다는 것. 중국이 건설 사업에 중국 근로자들 사용을 요건으로 내걸면서 현지 근로자는 일자리 기회가 별로 늘지 않았다. 건설 사업이 끝난 후에도 중국 근로자들이 현지에 남아 창업을 하면서 현지인들의 새 경쟁자로 떠오르기도 한다.
로널드 샌더스 안티구아 전 대사는 FT에 "중국의 도움은 숨통을 틔워주는 동시에 여러 역효과를 낳고 있다"며 "중국인들이 현지 랍스터 수를 급감시킨 것도 그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