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는 작년에 인도네시아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 620만t을 수입하면서 t당 92만원을 지불했다. 민간 발전회사인 SK E&S는 인도네시아산(産) LNG 55만t을 들여오면서 t당 39만원을 줬다. 똑같은 상품을 수입하면서 가스공사가 2배 이상 더 비싼 값을 치른 것이다. 민간 기업이 이런 식으로 장사를 했다가는 벌써 문을 닫아야 했을 것이다.
가스공사도 핑계는 있다. SK E&S가 싼값에 LNG를 들여오고 있는 것은 국제 LNG 가격이 쌌던 2004년에 장기 도입 계약을 체결한 덕분이다. 가스공사는 2004년에 계약한 물량만이 아니라 그 이후 국제 시세가 크게 뛰어올랐을 때 계약한 물량도 작년에 들여왔기 때문에 평균 도입 단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 해도 가스공사가 LNG 수입 단가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면할 수는 없다. 세계 최대 LNG 수입국인 일본은 2006~2009년에 우리보다 6~30% 싼값으로 LNG를 수입했다. 30여개 종합상사와 10여개 발전회사·도시가스회사들이 한 푼이라도 더 싼값에 LNG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는 가스공사가 국내 LNG 수요량의 95%를 수입하고 있다. 사실상의 독점 수입체제다. 몇몇 민간 발전회사들만 LNG 발전소에 들어가는 가스를 직접 수입할 수 있을 뿐이다. 경쟁이 없다 보니 가스공사는 가격은 따지지 않고 물량 확보에만 매달린다. 비싸게 들여오더라도 국내 소비자들에게 비싸게 팔면 된다는 식이다.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이 2008년 이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국내 주택용 도시가스 요금은 거꾸로 47%나 뛰어올랐다.
최근 여당 의원 11명이 민간의 가스 도입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동안 정부도 여러 차례 비슷한 방안을 추진했지만 그때마다 가스공사 노조와 정치권 일부의 반대에 부딪혀 성사되지 못했다. 가스공사 노조와 정치권 일부는 가스공사가 단일 구매자로 나서야 가격을 낮추는 데 더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가스 사업을 민영화하면 대기업의 배만 불리고 서민들의 부담이 커진다고도 했다. 그러나 사실은 정반대였다. 우리 민간 발전회사와 일본 업체들은 가스공사보다 훨씬 싼값에 LNG를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정의 필수 연료인 도시가스 요금을 낮추고, 석유화학업계를 비롯한 기업의 부담을 줄이려면 가스공사의 독점 수입 체제를 그냥 둬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