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회 홈페이지의 정보 공개 수준이 국제 기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17일 나타났다. 국회가 공개하지 않는 정보의 대부분은 국회의원 급여, 특별활동비, 출장비, 연금 등 주로 '돈'에 대한 것이었다.

2009년 국제의원연맹(IPU)이 제정한 '의회 홈페이지 가이드라인(Guidelines for Parliamentary Websites)'은 각국 의회가 홈페이지를 통해 의회와 의안(議案)에 대한 기본 정보와 함께 국회의원들의 투표 기록(voting record), 출석, 급여, 수당, 연금, 활동비, 재산, 겸직과 외부 수입(이자, 배당, 임대료 등) 등을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개하는 정보의 질(質)은 '완전(complete), 정확(accurate), 시의적절(timely)'해야 한다.

대한민국 국회(위)와 미 하원 홈페이지(아래) 화면. 의원들의 세비, 출장비, 겸직, 기타 수입을 공개하지 않는 우리 국회 홈페이지와 달리 미국 하원은 의원과 사무처 간부들의 재산과 소득 내용을 모두 공개한다.

그러나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 분석 결과, 우리 국회 사이트는 본회의 및 상임위 의사일정 등 기본 정보는 공개하고 있지만 정작 국민이 궁금해하는 의원들의 재산, 급여, 출장비, 겸직, 외부 수입 등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알리고 싶은 것은 알리지만, 공개되면 불편한 정보들은 빠진 것이다. 재산은 2000년부터 '국회 공보'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 홈페이지에서 재산을 확인하려면 '국회 공보' 코너를 따로 클릭하고 재산이 공개된 국회 공보를 다시 찾아 들어가야 한다. 미국, 영국은 홈페이지에 별도의 '재산 신고서' 항목이 있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국회의원들의 각종 수입·지출에 대한 부분이다. 미국 연방 하원 사이트는 '열린 의회' 코너를 통해 의원과 사무처 간부들의 재산과 소득 명세서, 해외 출장비와 출장 목적 및 기간이 포함된 보고서, 지역구에 보낸 우편물 비용, 초청받은 여행에서 받은 선물과 여행 신고, 후원금과 퇴직 후 취업 내용을 공개한다. 의원 급여와 수당, 연금 등은 별도의 의회조사국(CRS) 사이트에서 공개하고 급여의 변화 추이까지 알 수 있게 했다. 영국은 급여, 수당, 경비 지출 내용은 의회 홈페이지를 통해 액수만 밝히고, 자세한 내용은 의회윤리처(IPA)에서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국회 사이트에선 의원들의 급여(세비)와 연금은 물론 입법 활동비, 특별 활동비, 정책 개발비, 해외 출장 여비, 사무실 운영비 등을 확인할 수 없다. 의원들이 다른 일을 겸직하고 있는지는 국회에 신고하지만 홈페이지에서는 겸직과 이를 통한 부가 수입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 미국, 영국, 인도 등은 의원들의 겸직 및 부가 수입을 '재산 신고서' 코너에서 공개한다.

또 의원들의 출석과 의안에 대한 찬반 투표 결과도 선진국에선 의안이나 의원 이름만 클릭하면 바로 확인할 수 있지만, 우리 홈페이지에서는 의안과 관련 회의록을 찾은 뒤 전체 찬반 명단 중에서 해당 의원을 확인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은 이처럼 IPU 가이드라인이나 외국 의회에 크게 못 미치는 정보 공개 상황을 모르거나 아예 정보 공개 자체에 부정적이다. 국회 정치쇄신특위 소속의 한 의원은 "수입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싶은 의원이 누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정치쇄신특위는 의원들의 세비, 겸직, 연금 등 국회 개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만든 비상설 특위다.

바른사회시민회의 김기린 정치팀장은 "정보를 숨긴 국회 개혁 논의는 선거용 공약에 불과하다"며 "제대로 국회 개혁을 하려면 정보 공개를 통해 투명성부터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