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러시아 중남부 바이칼 호반도시 이르쿠츠크에 갔다가 승리광장과 앙가라 강변을 둘러봤다. 이름난 관광지도 아닌데 가는 곳마다 아시아 단체 관광객이 왁자지껄 몰려다녔다. 중국인들이었다. 러시아가 중국 투자를 받아 시베리아 에너지 개발에 나서면서 중심 도시 이르쿠츠크에 몇 년 전부터 중국인 관광객과 기업인이 많이 온다고 했다. 시내에는 중국인을 겨냥한 '베이징호텔'과 '중화반점'도 들어섰다.

▶영국 런던의 부촌(富村) 나이츠브리지 지역 헤롯백화점은 작년부터 입구에 중국인을 환영하는 현판을 내걸었다. 직원들은 중국어로 '도와드릴까요'라고 쓴 배지를 달고 있다. 영국에서 중국인 관광객 한 사람 쇼핑 액수가 1600파운드, 270만원가량으로 여느 여행객 세 배에 이르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프랑스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에펠탑이나 루브르박물관보다 프라다·구찌 같은 명품 매장에서 훨씬 오래 머문다고 보도했다.

▶중국 여행사협회 '출경(出境)여행교역회'는 지난해 외국에 다녀온 중국인을 8300만 명으로 집계했다. 2000년 1000만 명보다 여덟 배 늘었다. 작년에 이들이 쓴 돈이 1020억달러, 114조원으로 각기 840억달러 선인 미국·독일을 훌쩍 넘어섰다. 중국인 해외 여행객은 2015년 1억명을 넘을 것이라고 한다. 한 해에 쓰거나 저축할 수 있는 가계 가처분소득이 2만달러 넘는 중국 중산층만 1억2000만 명이다. 이들은 언제든 지갑을 열 준비가 돼 있다.

▶올 들어 4월까지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중국인이 59만8460명에 이르러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인천에서 중국으로 간 한국인은 58만7245명. 한국에 온 중국인 숫자가 중국에 간 한국인을 앞지른 것도 처음이다. 중국인은 그동안 한국을 가장 많이 찾았던 일본인도 제쳤다. 당장 중국인이 좋아하는 홍삼 매출이 크게 늘어난 반면 일본인이 많이 사가는 김치는 판매량이 뚝 떨어졌다.

▶서울시가 지난해 중국인의 한국 관광 만족도를 조사했더니 5점 만점에 3.8점이 나왔다. 유럽·미국은 물론 홍콩·동남아 만족도보다 낮다. 중국인은 숙박과 음식, 쇼핑 강요에 불만을 터뜨린다. 서울에서 자는 줄 알았더니 경기도 외곽 호텔에 내려놓았다거나 싸구려 음식에 내내 배가 고팠다고 호소한다. 한국 여행사들이 저가 상품을 다투어 내놓는 덤핑 경쟁 탓이다. 중국인은 세계 여행업계에 '큰손'으로 등장한 지 이미 오래됐다. 그런 중국인을 싸구려 여행 상품으로 계속 불러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도 보통 착각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