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최근 한국 사회는 '수퍼 갑(甲)' 행세를 하려던 일부 인사들의 몰상식한 행동에 경악하고 있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부터 포스코에너지 A상무와 한 제과업체 K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한 순간의 잘못된 행동으로 그간 몸담았던 기관이나 기업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개인 스스로는 그동안 쌓아왔던 명성과 자리를 잃었다. 사회적으로 충분히 성공해 부족할 것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도대체 왜 이런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것일까.

윤대현(사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17일 "성공을 향해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를 소진한 상태에서 쾌락을 원하는 보상 욕구가 잘못된 방향으로 작동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으로 계속 달려야 성공할 수 있지만 그렇게 살다간 뇌가 망가질 수도 있다는 지적도 했다. 사람들이 지금 더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 달리고 있다면 잠시 자신을 되돌아 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윤 교수의 조언이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순간의 실수로 자리를 잃는데.

"'번아웃 신드롬(burnout syndrome)'으로 해석된다.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감성 에너지를 너무 많이 소진한 경우다. 인간은 이성과 감성이 구분돼 있다. 높은 자리에 오르고 싶어하는 도전의식은 감성에서 나온다. 이런 감성 에너지를 너무 목표 지향적으로만 쓰면, 뇌가 그렇게 전력질주하는 삶을 더는 못 참겠다며 거부해 자기 파괴적으로 작동한다. 이미 재산이 수백억원인데 얼마 되지도 않는 뇌물을 받거나, 가정과 사회에 미칠 파장을 알면서도 성 충동을 자제하지 못하는 식이다."

-사실 성공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 아닌가.

"과거 신분사회에는 타고난 운명을 탓하며 현실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속의 우리는 자유를 얻은 대신 스스로 노력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 특히, 높이 올라가야 인정 받는다는 속물 이데올로기와 맞물려 문제가 되고 있다. '내가 누구인가' 하는 정체성이 흔들리니까 지키기 위해 지나치게 몰두하는 것이다. 어렵게 성공을 이뤄도 '이 자리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에 힘들다. 게다가 최근엔 안정성이 떨어져 더 빨리 자리를 잃고 있지 않은가. 불안한 만큼 자신을 채찍질하게 되고 그렇게 고생한 자신을 위해 더 큰 보상을 원하게 되는 것이다."

-고생의 대가로 이미 부, 명예, 권력 등의 성공을 얻지 않았나.

"높은 자리에 오르는 등 성공한 것 자체로는 보상이 되지 못한다. 그렇게 고생했으니 뇌가 이제 쾌락을 원한다. 이런 보상 욕구를 채우는 자극에는 느린 쾌락과 빠른 쾌락이 있는데, 술이나 성과 같은 빠른 쾌락에 더 쉽게 빠져든다. 그러나 빠른 쾌락은 내성이 금방 생긴다. 점차 더 센 자극을 원하다가 자신을 망가뜨리게 된다. 자기 파괴적 행동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게 하려면 느린 쾌락으로 이완하는 방법을 훈련해야 한다. 윤창중 전 대변인이 만약 대통령과 방미하게 된 뿌듯함을 인턴 직원과 대화로 풀어냈다면 그녀의 존경은 물론, 청와대 생활을 훨씬 길게 할 수 있었을 텐데 작동을 안 한 것이다. 대부분 이 훈련이 안돼 있다. "

-느린 쾌락으로 보상 욕구를 달래는 방법은.

"자기 연민 집중 치료다. 자신을 너무 채찍질하지 말고 따뜻하게 안아줄 필요가 있다. 감성이 다 소진되기 전에 책 읽기, 산책, 좋은 사람과의 대화, 여행 등으로 그동안 힘들었던 마음을 치유해야 한다. 훈련이기 때문에 미리 익혀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성공을 위해 마구 달려온 사람일수록 습득하기가 어렵다. 계속 달려야 성공할 수 있지만 그렇게만 살면 뇌가 망가질 수 있다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행복하려면 성공해야 한다는 공식이 깨지는 건가.

"최근 우리 사회는 성공했다고 훌륭하지 않고, 성공했다고 존경받는 게 아니라는 점을 배워가고 있다. 또한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행복할 거라는 막연한 기대도 깨지는 중이다. 그렇다고 열심히 사는 게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목표를 성취하려고 애를 쓰면서도 마음은 소탈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균형이 필요하다. 평균 수명이 짧다면 있는대로 에너지를 다 쓰며 달릴 때까지 달리면 되지만 지금은 고령화 사회다. 은퇴 이후의 삶이 매우 길다. 번아웃 신드롬을 겪지 않으려면 마음을 채워줄 다른 방법을 익혀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