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전문의로 암에 걸려 오랜 기간 자기 암과도 싸웠던 연세대 의대 외과 이희대 교수가 16일 향년 61세로 별세했다.
그는 암 투병 생활을 하면서도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암 환자 진료를 놓지 않았던 의사였다. 암 환자의 마음마저 치료한다고 해서 '암 고치는 암 환자'로 불렸다.
유방암 전문 외과 교수로 왕성한 활동을 하던 지난 2003년, 그는 대장암에 걸렸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암센터 소장을 맡던 시절이었다. 사람들은 암 전문의가 암 걸렸으니,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졌다고 했다. 이후 그는 대장의 절반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대장암은 간과 골반, 뼈 등으로 12번 재발했다. 그때마다 그는 자신이 암 환자에게 내던 처방을 자신에게 내며 오뚝이처럼 일어났다. 암 4기, 이른바 암 말기로 그렇게 9년을 지냈다.
그는 "암 4기를 극복하면 '희망의 5기'가 있다"며 힘든 항암치료와 수술을 통해 병을 다스리는 한편, 메스를 놓지 않고 유방암 환자 진료와 수술을 해왔다. 많은 암 환자가 그로부터 희망 바이러스를 얻기 위해 그의 진료실을 찾았다. 그는 일주일에 한 번 암 투병 요령을 알려주는 암 희망 전도사 역할을 자처했다.
고인은 한국 유방암 수술 기술을 크게 향상시킨 명의였다. 1976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외과전문의가 된 그는 1991년 유방암만 제거하고 남은 유방을 살려놓는 유방보존술의 새로운 방식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그때까지 24%에 머물던 국내 유방암 환자의 유방 보존율은 37% 이상으로 크게 올랐다. 1999년에는 유방암 환자의 림프절 전이 상태를 파악하는 '감시 림프절 절제술'도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하여 시행했다.
평소 고인은 "사람이 암으로 죽는 것이 아니라 암에 대한 절망으로 쓰러진다"며 그만의 암 투병기를 모아 '희대의 소망'이라는 책도 펴냈다.
유족으로 아들 영근(GS칼텍스 대리)·영호(신촌세브란스병원)가 있다. 빈소는 강남세브란스병원. 18일 오전 7시 30분 병원 본관 2층 대강당에서 영결예배가 열린다. (02)2019-4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