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만난 최강희(54) 축구 국가 대표팀 감독은 녹색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오늘 넥타이 색깔은 월드컵 최종 예선이 끝나고 전북 현대(상징 색이 녹색)로 돌아간다는 의지로 봐도 되느냐"는 장난스러운 질문에 최 감독은 "안 그래도 그 말이 나올 줄 알았다"며 웃었다.
최강희 감독은 2011년 12월 대표팀 사령탑 취임 당시 자신의 소임은 월드컵 최종 예선까지라며 스스로 '시한부 감독'을 선언했다. 어느덧 1년6개월이 흘러 그가 말한 데드라인이 다가오고 있다.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 예선을 마무리하는 6월의 3연전이다.
◇김남일로 중원 공백 메운다
한국은 내달 5일(한국 시각) 레바논 원정을 시작으로 11일 우즈베키스탄(서울월드컵경기장), 18일 이란(울산 문수경기장)과 홈경기를 치른다. 한국 대표팀은 3승1무1패(승점 10)로 우즈베키스탄(3승2무1패·승점 11)에 이어 A조 2위를 달리고 있다. 조 1~2위가 월드컵 본선으로 직행하는 상황에서 3위 이란과 4위 카타르(이상 승점 7)의 추격이 거세다.
16일 축구회관에서 이번 최종 예선 3연전에 나설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는 최 감독은 "대표팀 구성에 대한 생각은 거의 끝냈다"고 했다. 당장 눈앞에 있는 레바논전에선 중원이 비상이다. 기성용(스완지시티)이 경고 누적으로 결장하고, 박종우(부산)도 '독도 세리머니'로 인한 출장 정지 징계로 레바논전에 나설 수 없다.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은 옆구리 부상으로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다.
최 감독은 그 대안으로 김남일(인천)을 생각하고 있다. 36세의 김남일은 올 시즌 '회춘했다'는 말을 듣는다. 한 경기에 10㎞ 이상 뛰는 활동량에 패스 횟수와 가로채기, 태클 등이 모두 팀 내 1위다. "제가 대표팀 코치로 있던 2003년 '오만 쇼크(아시안컵 예선에서 한국이 오만에 1대3으로 패한 일)'가 터졌어요. 당시 (김)남일이가 상대 공격수에게 절묘한 패스를 해서 어이없게 첫 골을 먹었죠. 이번에 오면 '그때 왜 그랬었느냐'고 물어보려고요."
◇젊은 지도자에게 충분한 기회 줘야
한국은 2011년 11월 월드컵 3차 예선 레바논 원정에서 1대2로 패했다. 그리고 조광래 감독은 경질됐다. 최강희 감독은 "이번 레바논과의 경기는 내용보다는 결과가 중요하기 때문에 무조건 이기고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3차 예선 당시 레바논 팬들은 한국 선수들의 얼굴에 무차별적으로 레이저를 쏘아댔다. "레이저에 대항해 코치진에 물총을 준비하라고 할까 생각 중"이라고 농담한 최 감독은 "이번엔 3주 넘게 선수들과 함께하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강희호(號)가 최근 5경기에서 거둔 성적은 1승1무3패. 최 감독이 K리그에서 쌓은 명성과는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다. "전 역시 오랜 시간 선수들을 지켜보는 클럽 감독이 체질에 맞는 것 같아요. 짧은 시간에 팀을 만들어 내보내야 하는 대표팀 사령탑은 정말 어려운 자리입니다."
최 감독은 2014 브라질월드컵 본선에선 외국 출신 명장(名將)이 한국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으면 하는 뜻을 한 번 더 밝혔다. "유럽의 어중간한 지도자가 아닌 명장을 데려와야 합니다. 협회가 노력할 부분이에요."
"국내 지도자들의 능력을 낮게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엔 최 감독도 할 말이 있다. 그는 "결국은 홍명보·황선홍·신태용 등 젊은 지도자들이 대표팀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그들에겐 팀을 만들어 나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4년을 주고 월드컵을 차근차근 준비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운명의 3연전'을 앞둔 최강희 감독은 최근 김성근(71) 고양 원더스 감독의 책 '감독이란 무엇인가'를 읽었다고 했다. "존경할 만한 분이에요. 12번 감독에서 경질됐지만 지도자 철학을 꿋꿋이 지켜나가셨잖아요.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