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가 버블(거품) 붕괴 이후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잃어버린 20년을 겪게 된 것은 정책 실패의 책임이 크다. 일본 정부는 버블 형성을 막지 못했을 뿐 아니라, 버블 붕괴 이후 대응에도 미흡했다. 정책 실패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원인은 경기 오판(誤判)과 이로 인한 실기(失機)였다. 1980년대 후반 자산 가격이 크게 올랐음에도 일본 정부는 상당 기간 이를 버블로 인식하지 않은 채 저금리 정책을 유지하다가 뒤늦게 1989년 5월부터 총 5회에 걸쳐 2.5%이던 금리를 6%까지 급격하게 인상했다. 경기 오판은 1990년대 중후반 또 한 번 발생한다. 1996년 일본 경제가 반짝 회복세를 보이자 당국은 다음 해에 소비세 인상, 의료비 부담 인상 등을 담은 재정 건전화 계획을 발표한다. 정부의 성급한 출구전략은 내수 시장을 위축시키고 다시 장기 침체를 초래했다.

둘째, 정책조합(policy mix)도 효과적이지 못했다. 1990년 4월부터 실시된 부동산 대출 총량 규제는 부동산과 건설업에 대한 대출을 사실상 금지하여 부동산 버블 붕괴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정부는 금리 인상을 통해 부동산 가격 상승을 억제하려 했으나 정작 부동산 거품이 꺼진 것은 대출 규제 직후였다. 버블 형성을 인지한 시점부터 점진적으로 대출을 규제했더라면 시장 충격은 물론 부동산 버블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셋째, 무엇보다 중요한 원인은 구조조정의 지연이었다. 버블 붕괴 이후 일본 대장성과 은행들은 부실채권을 정리하지 못하고 자회사로 넘기는 등 부실채권 처리에 미온적으로 대응했다. 그 결과 부실채권은 버블 붕괴 이후 10년 동안 3.3배나 증가하였다. 은행과 기업이 공동 운명체적 성격을 갖는 일본 특유의 '호송선단(護送船團)식' 경영 방식이 기업 구조조정을 지연시킨 것이다. 이로 인해 부실기업이 정리되지 못하고 수년간 연명하게 되어 경기 회복에 걸림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