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몽골 바이어 만나고 왔지마시."

"거기도 중국처럼 까다롭던가?"

"안 까다로워. 근데 초콜릿은 안 산대."

지난 9일 제주도 제주시 제주사랑농수산 사무실. '동업자'처럼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은 양경월(52) 제주사랑농수산 대표와 현창구(44) 제주대 교수다. 작은 판매대에서 기념품을 팔던 양 대표는 1998년 차(茶)·화장품 제조 기업을 설립해 지금은 직원 36명을 둔 사장님이다. 작년엔 회사 매출이 전년 대비 179%나 늘고 직원도 8명 더 뽑았다. 사업을 시작한 이래 최대 성과다. 양 대표는 "다 현 교수님이랑 제주대 덕분이지 마시"라고 했다.

제주사랑농수산은 제주대의 198개 '가족 회사' 중 하나다. 가족 회사는 제주대가 가족처럼 여기며 물심양면으로 협력하는 기업을 일컫는다. 양 대표는 궁금한 게 있을 때마다 현 교수에게 전화해 상의한다. 작년엔 "백합 뿌리로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현 교수는 사업 가능성을 알아보고 양 대표가 정부 사업에서 연구비 2억원을 받을 수 있게 도왔다. 현재 두 사람은 제주대 산학협력 연구실에서 백합 뿌리 제품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13일 제주대 링크사업단 실험실에서 김용우 교수(왼쪽)와 화장품 제조기업 ㈜콧데 오창민 과장이 제품 개발 관련 실험을 하고 있다. 제주대는 기업들에 실험 장비를 빌려주고 연구도 함께한다. 이종현 객원기자

제주대가 지난해 전국 대학 가운데 '산학(産學) 협력'을 가장 잘한 곳으로 뽑혔다. 지난해 '산학 협력 선도대학(링크·LINC) 사업'에 참여한 전국 51개 대학을 평가한 결과 최우수 점수를 받은 것이다. 사실 작년 초 이 사업에 선정될 때만 해도 제주대는 '꼴찌'로 간신히 합격했다. 불과 1년 만에 꼴찌에서 최우수 평가를 받은 비결이 뭘까.

제주대 스타일을 찾아라

링크 사업은 대학이 기업과 협력해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키우고 기업을 도와 지역을 발전시키도록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상백(57) 제주대 링크사업단장은 작년 초 링크 사업에 선정돼 예산 26억을 지원받았을 때 기쁘면서도 눈앞이 캄캄했다. 제주도에는 4만7000여개 기업이 있지만, 이 중 93%가 종업원 9인 이하 영세 사업장이다. 산학 협력을 하고 싶어도 할 만한 기업이 없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전북대, 한양대 등 산학 협력을 잘하기로 소문난 캠퍼스를 쫓아다녔다. '제주대만의 산학 협력 스타일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우리도 장점이 있잖아요. 섬 지역이니 1시간이면 어디든 갈 수 있고, 같은 지역 사람이니 밥숟가락 몇 개 있는 것까지 파악할 수 있죠. 기업들을 자주 만나면서 가려운 데를 바로바로 긁어주자, 그게 우리 스타일이죠."(이상백 단장)

제주대 교수와 연구원 40여명은 자신이 맡은 가족 회사 사장들과 각별한 사이가 됐다. 기업들의 애로점을 즉시 해결해주기 위해 노력했다. 예컨대 A 회사에서 "제품 브랜드 이름을 지어달라"고 하면 제주대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걸고 공모전을 열어줬다. 제주사랑농수산은 제주대 학생 공모로 '아꼼'이라는 화장품 브랜드를 얻었다. 연구실도, 실험 장비도 없는 기업들에는 아예 제주대에 연구실을 만들어줬다. 현재 7개 기업이 제주대에 자리 잡고 실험 장비를 무료로 쓰면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대학에서 신입 사원 교육도

제주 기업들의 큰 애로 사항이 '채용'이다. 제주에서도 대졸자들이 취업을 미룰지언정 지역 중소기업에 가기 싫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학교는 학생들의 고정관념을 깨려고 3·4학년생들을 기업에 '현장 실습' 보냈다. 지역 기업을 한꺼번에 묶어 '통합 채용'하는 시스템도 만들었다. 제주대가 예산을 들여 채용 공고를 내고 대대적으로 홍보도 했다. 신입 사원 교육도 대신해줬다. 기업들은 "대기업만 했던 교육을 우리 직원들도 받게 됐다"고 좋아했다.

제주대의 노력으로 지역 기업으로 눈 돌리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작년에 현장 실습을 나갔다 취업한 졸업생 34명 가운데 70%(24명)가 제주도에서 일자리를 얻었다. 올 초 졸업과 동시에 제주 기업 '홍암가'에 취업한 임나라(29)씨는 각종 공모전에서 큰 상을 타 소위 '스펙'이 좋았지만 제주에 남았다. 임씨는 "제주에도 작지만 괜찮은 기업이 많고, 오히려 대기업보다 업무 전반을 배울 수 있는 장점이 있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