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보〉(1~13)=LG배 조선일보 기왕전은 아마 예선, 통합 예선, 본선 등 크게 3단락으로 이루어진다. 아마 예선이 풋풋하고 설익은 인턴 모집 시험장이라면 본선은 관록 넘치는 중역 선발 면접장이다. 두 장소 모두 결코 소란스럽지 않다. 이에 비하면 통합 예선은 새벽 어시장(魚市場)처럼 활기에 넘친다. 생존을 위한 몸짓이 가장 솔직하고 분방하다. 4개국에서 온 300명이 넘는 출전자가 웃고 울며, 축하하고 위로하는 모습이 1주일 가까이 반복되는 진짜 축제 현장이다.

흑을 쥔 이창호(38)가 망설임 없이 우상귀 화점을 차지한다. 왕하오양(王昊洋·25)의 백 2가 대각선 화점에 놓이기까지 2분이 소요됐다. 상대의 위명(威名) 앞에 초연할 수 없는 듯 중국 청년의 표정이 굳어있다. 어렸을 때부터 얼마나 동경했던 이름인가. 상대의 심중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창호는 무심한 표정으로 7까지 중국식 포진을 펼친다.

8이 잔잔하던 호수에 첫 파문을 던졌다. 정석을 벗어난 도발(挑發)이다. 두려움은 대개 위축으로 이어지지만 거꾸로 선제 도발 형태로 표출되기도 한다. 위장(僞裝) 또는 허세다. 물론 파란의 도화선이 될 때도 있다. 10은 참고도 1로 이었어야 훗날 흑 A가 두렵지 않다. 쌍방 장고 속에 13까지, 일전불사의 힘 대결이 임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