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만이 늙고 병드는 것은 아니다. 도로·교량 등 인프라도 마찬가지다. 작년 12월에 발생한 인프라 강국 일본 주오(中央)도로 사사고(笹子) 터널 붕괴사고가 대표적이다. 안전 점검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터널이 갑자기 붕괴, 9명이 숨진 사고다.
고속철도 탈선 등 중국의 사고에 대해 "일본이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자부하던 일본인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안전신화(安全神話)도 함께 붕괴했다. 사사고 터널 사고는 1960~1970년대 고도성장기에 건설된 시설들이 한꺼번에 노후화되면서 나타난 것으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일본 정부는 안전 점검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인프라 고령화'에는 근본 대책이 되지 않는다.
도쿄권 시내외를 가로지르는 수도권 고속도로의 경우 30%가 건설된 지 40년이 지났다. 30년이 지난 도로는 전체의 50%다. 보수작업이 필요한 곳만도 공식적으로 9만4000곳이다.
대대적인 개보수를 할 경우, 보수비가 1조엔이 넘는다. 전국 도로·교량의 경우, 향후 40년간 개보수 비용으로 600조엔이 넘게 들 것이라는 추산이 나온다. 인구 고령화로 연금·의료비 등 사회보장비가 급증하고 있어 일본 정부가 인프라 개보수에 무작정 돈을 쏟아 부을 수도 없는 형편이다. 더군다나 인구 감소가 본격화하면서 이용자가 거의 없는 도로 등 불필요한 시설도 급증하고 있다.
일본 인구는 현재 1억2700여만명이지만 2045년에는 1억명 이하로 떨어질 전망이다. 야마가타(山形)현의 경우 30년 후 30%의 인구가 감소하고 현내 35개 기초자치단체의 인구는 절반으로 줄어든다. 고령자 인구 비율이 급증하게 됨에 따라 자동차 이용 인구 감소는 인구 감소보다 훨씬 빠르다.
고령화는 근본적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한다. 고령화 시대에는 신규 건설보다는 노후 시설의 개보수와 퇴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미 일본의 도시정책은 인구 감소에 대비하고 있다. 신도시 건설은 포기한 지 오래됐다.
오히려 교외 지역 주민들의 도심 이주를 유도하는 정책이 등장했다. 교외 지역 쇼핑센터 건설 등을 규제, 교외 지역 인프라 투자를 줄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또 노인 인구의 급증에 맞춰 '의(醫)·직(職)·주(住) 근접화 도시'를 새로운 도시 모델로 제시했다. 의료, 노인 복지시설과 아파트를 동일 공간에 집약적으로 배치, 노인들이 병원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도시 개념이다. 후쿠오카현 이즈카(飯塚)시 등에 시범 적용했고,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인구 성장기에 유치원·초등학교가 필수 시설이었다면 고령화 시대에는 노인 복지시설이 필수적이다. '노인 천국'을 위해서가 아니다. 비용이 많이 드는 노인들의 병원 입원을 최소화, 의료비를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다.
그러나 이미 인구 감소기에 들어간 일본에서도 정책 전환에 반대하는 사람이 많다. 특히 정치인들은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도로·철도·댐을 건설하기를 염원한다. 곰과 다람쥐만 뛰어노는 도로가 수도 없이 널려 있지만, 아베 신조 총리는 10년간 200조엔을 토목공사에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한국도 고령화 속도가 일본보다 빠르다는 탄식이 터져나오지만 인프라 정책은 여전히 인구 성장기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