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6일 국가보훈처 춘천보훈지청에 한국전 참전 노병(老兵)으로부터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자신이 그동안 국가로부터 보상금을 받아 틈틈이 모아온 500만원을 국가유공자 복지 증진을 위해 기부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기부 의사를 밝힌 주인공은 6·25 참전 유공자 이창규(82·강원도 홍천군 서면)씨. 이씨는 전쟁 중 파편을 맞아 왼쪽 눈이 실명돼 국가유공자로 등록됐다. 현재도 눈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퇴행성 관절염 등 노인성 질환까지 겹친 데다 최근 병세가 악화한 부인을 수발하며 힘겹게 살고 있다.
춘천보훈지청은 이씨의 생활형편이 어렵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보상금 기부를 만류했다. 이인숙 지청장은 7일 직접 이씨를 찾아가 "기부의 뜻은 마음 깊이 감사하게 받아들이지만, 선생과 배우자의 노년을 위해 사용하시고 기부 의사는 거두어 달라"고 설득했다.
그러나 이씨의 뜻은 완고했다. "평생 국가의 도움을 많이 받아 빚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 보상금을 조금씩 모아서 마련한 돈입니다. 나와 같은 6·25 참전 유공자들의 노년을 지원할 수 있는 복지사업에 사용해 주세요…." 이씨는 "죽기 전에 국가에 진 빚을 조금이나마 덜어낸 것 같아 정말 기쁘다"며 "국가유공자로서 명예로운 삶을 산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령의 국가유공자를 위한 복지시설이 더욱 확충되길 바란다는 뜻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