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을 하루 앞두고 장애를 가진 딸을 등교시키던 어머니가 딸을 구한 뒤 신호 위반 차량에 치여 숨졌다.
7일 오전 8시 30분쯤 경남 거제시 아주동 치안센터 앞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배모(여·37)씨가 25t 덤프트럭에 치여 숨지고 함께 있던 딸 한모(9)양은 다리 등을 크게 다쳤다. 배씨는 이날 정신지체 중증장애를 가진 딸을 학교에 보내기 위해 45인승 통학버스가 서는 곳으로 가던 중이었다. 당시 이 모녀가 횡단보도를 절반 정도 지났을 무렵 정모(43)씨가 운전하는 덤프트럭이 배씨 모녀를 향해 달려왔다. 신호등은 빨간불이었으나 덤프트럭은 멈추지 않았다.
현장을 목격한 시민들은 "덤프트럭이 갑자기 나타나자 어머니가 자신과 함께 있던 딸을 밀쳐낸 뒤 자신은 차에 바로 부딪히고 말았다"고 말했다.
어머니 배씨가 딸을 밀쳐낸 덕분에 한양은 왼쪽 다리에 트럭 바퀴가 지나가는 부상만 입어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나 부상은 다리를 절단해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경찰은 말했다. 사고지점 인근 아파트 공사 현장으로 골재를 나르는 덤프트럭 운전자 정씨는 경찰에서 "신호를 위반하긴 했지만 사람은 못 봤다"고 진술했다.
어머니 배씨는 장애 특수학교 4학년인 딸을 1학년 때부터 통학버스에 태우는 일을 하루도 빠뜨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양의 학교 관계자는 "등교할 때나 하교할 때에 꼭 통학버스가 도착하는 곳에서 딸아이를 챙기는 자상한 어머니였다"고 말했다.
한양은 일용직 노동을 하면서 암 투병을 하다 최근 수술을 받은 아버지, 중학생 언니, 세 살짜리 동생과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의 수입도 일정하지 않아 지은 지 20년이 지난 아파트 관리비 내기도 힘든 형편인 데다 이번 사고로 병원 치료비조차 마련하기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한양의 아버지는 숨진 아내와 병원에 입원한 딸을 보며 오열했다.
한양의 담임인 김태곤 교사는 "지난주 학생들이 순천정원박람회에 다녀온 뒤 버스에서 내리던 한양을 따뜻하게 맞던 어머니의 모습이 기억나는데 이런 사고를 당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학교 김성종 교감은 "사고가 나는 그 짧은 순간에도 어머니가 딸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가 발생한 도로는 평소 공사용 트럭들이 과속으로 많이 다니는 곳이어서 사고 우려에 대한 민원이 수시로 제기됐던 곳이다. 경찰은 운전자 정씨가 신호를 위반하고 달리던 중 횡단보도를 건너던 모녀를 미처 발견하지 못해 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 목격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경찰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덤프트럭 운전자 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