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를 외치며 공사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L(62) 신부가 양로원 노인들의 '입소 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 서울 영등포구청에 의해 검찰에 고발됐다. L신부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을 이끌던 문정현 신부 등과 함께 2011년 9~10월 수차례 제주 강정마을에서 해군기지 건설 반대 시위를 벌여 업무방해 혐의로 지난해 10월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났다. L신부는 이 일로 제주지법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6일 서울 영등포구청에 따르면 L신부는 2000년 9월 '사랑의 성모 공동체'라는 법인을 세운 뒤 서울·경기 지역에서 양로원 4곳을 운영했다. 노인들은 양로원에 들어갈 당시 보증금을 300만원에서 1억원까지 냈다. 하지만 이 양로원들은 2006년 노인복지법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모두 문을 닫았고, 노인들은 다른 시설로 거처를 옮겨야 했다. 2000~2004년 이 법인 대표이사를 지낸 L신부와 전 대표이사 오모씨, 현 이사 손모씨는 이때 노인들에게 받은 보증금 6억원 중 4억5000만원을 돌려주지 않고 빼돌린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사실은 지난해 12월 "돈을 돌려달라"는 사람이 나타나 법인이 내부감사를 하면서 드러났다.

L신부 등은 그동안 보증금 반환을 강력히 요구한 보호자에겐 돈을 돌려줬고, 일부 보증금은 소송에서 패해 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13명 중 11명은 이미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청은 법인 명의 통장으로 입금된 보증금이 단 1건에 불과하며, 나머지 돈은 L신부 등이 따로 관리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구청은 지난 3월 13일 L신부 등 3명을 서울 남부지검에 고발했다.

이에 대해 L신부 측은 "보증금을 받은 것이 아니라 기부금을 받은 것"이라며 "당시 노인들로부터 '기부각서'도 받았다"고 구청에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구청 관계자는 "법인 회계 결산 서류에 '장기 차입금'으로 돼 있는 돈을 어떻게 기부금이라 할 수 있는가. 기부금이라면 왜 반환청구소송으로 4번이나 돈을 돌려줬겠나"라며 "구청장에게 신고된 계좌를 통해 투명하게 관리돼야 하는데 그런 기록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L신부는 각계각층 천주교인들로부터 기증받은 시가 5억원 상당 토지도 임의로 처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L신부가 기증받은 12개 필지(약 2만1490㎡)를 자기 소유로 갖고 있었으며, 이 중 9개 필지(약 1만8896㎡·5억원)를 증여 형식으로 처분해버렸다는 것이다. 구청 관계자는 "L신부가 공증서류 목록에는 없는 토지 약 12만2200㎡(약 5억원) 등도 마음대로 매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신부는 본지 통화에서 "돈을 노린 몇몇 사람의 음모"라며 혐의 일체를 부인했다. 그는 "천주교 신부가 그런 일을 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나는 사제로서 하느님 앞에 부끄러움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발당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음모를 꾸민 사람이) 누군지 뻔히 알지만 지금 공개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조용히 재판 결과를 기다려 혐의를 벗은 뒤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