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명시의 H아파트 주민들은 12년간 아파트 관리소장을 했던 강모(50)씨에 대한 형사 고소를 준비 중이다. 회계 감사를 해보니 강씨의 비리가 곳곳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감사에선 2006년부터 5년간 33억원어치 하자 보수공사 계약이 불법적인 수의계약으로 이뤄졌고, 승강기 유지·보수비 1억9000만원이 사라진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아파트에서는 1억7000만원에 한 페인트칠 공사를 3배도 넘는 5억3000만원을 들여서 했고,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1억원 넘는 돈을 제대로 된 영수증도 없이 쓴 사실도 적발됐다. 주민들은 관리소장의 12년 장기 집권 뒤엔 '직업 동대표'들의 지원이 있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경남 김해의 A아파트 주민들도 준공 이후 7년 만에 처음 회계 법인을 찾았다. 올 1월 말 관리비(작년 12월분)가 전달보다 2배 이상 올랐기 때문이다. 회계감사가 시작되자 관리사무소 경리 김모(50)씨가 갑자기 종적을 감췄다. 지난달 초 나온 감사 결과 김씨가 올 3월까지 약 15개월간 관리비 1억4400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밝혀졌다. 아파트의 두 달치 관리비 총액에 해당하는 돈을 빼갔는데도 주민들은 까맣게 몰랐던 것이다.

작년 말 기준 전국의 아파트는 863만호(戶). 국민의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산다. '아파트 1000만호, 거주자 3000만명 시대'가 코앞이다. 하지만 연간 12조원 이상으로 추산(2010년 주택산업연구원)되는 관리비는 대다수 주민의 무관심 속에 벌어지는 각종 비리로 줄줄 새고 있다.

관리 업체 직원이 관리비를 횡령하고, 각종 보수공사 때는 업체와 주민 대표 간에 뒷돈 거래가 이뤄진다. 본지 취재 결과 13억원이면 할 수 있는 배관 공사를 44억원에 할 뻔한 아파트도 있었다. "공사비의 10%는 뒷돈"이라는 '뒷돈 공식(公式)'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장성수 주거복지연대 전문위원은 "아파트 비리는 가계에 직접 부담을 주는 대표적 민간 비리"라며 "지속적인 당국의 단속과 주민의 감시로 뿌리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본지 6일자 A1·A4면 '5년간 33억원(50건) 수의계약한 관리소장' 기사의 광명 H아파트 전직 관리소장 강모씨는 "입주자회의가 나를 쫓아내려고 회계법인에 표적 감사를 시켰고, 나는 비리를 저지른 일이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강씨와 S업체는 2009년 도장공사는 수의계약이 아니라 입찰이며, 공사 면적이 인근 아파트보다 넓고 크랙 보수 등이 필요해 비용이 더 든다고 말했습니다. 강씨는 수의계약은 2010년 이전에는 불법이 아니었고 아스콘 포장은 부실을 우려해 비싼 업체를 썼다고 말했습니다. 강씨는 두 딸이 해외 유학이 아닌 1년 미만의 어학연수를 했다고 알려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