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5일 도쿄돔 야구장에서 등번호가 96번인 유니폼을 입고 나와 헌법 96조 개정 의지를 보여주려는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아베 총리는 이날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전성기를 이끈 두 타자인 나가시마 시게오 구단 종신 명예감독과 마쓰이 히데키 선수에게 국민영예상을 수여했다. 그는 이어 등번호가 96번인 요미우리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심판 역할을 했다. 아베 총리는 기자들에게 이 유니폼에 대해 "제가 96대 총리라서 입었다"면서도 "헌법 개정에 대한 국민 여론이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않아서…"라고 했다. 헌법 96조 개정에 대해 알리기 위해 96번 유니폼을 입었다는 것이다.
일본 야권은 아베 내각의 '2단계 개헌론'에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생활의당 대표는 4일 인터넷 생중계 토론에서 개헌 발의 요건을 중·참의원 각각 '3분의 2 이상'에서 과반수로 완화하는 헌법 96조 개정에 대해 "내각이 바뀔 때마다 헌법이 바뀌게 된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가이에다 반리(海江田万里) 민주당 대표는 4일 "아베 총리는 헌법 96조 개정, 그다음 (침략전쟁을 금지한) 헌법 9조 개정만 머릿속에 들어 있다"면서 "경제 정책 부작용이나 리스크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베 내각의 주변국 자극 발언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내각 2인자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는 4일 방문국인 인도의 경제단체 주최 강연회에서 "인도는 육지에서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고, 일본은 바다에서 접촉하고 있다"면서 "일본은 1500년 이상 긴 기간에 걸쳐 중국과의 관계가 매우 부드러웠다고 할 만한 역사가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 야스쿠니 참배와 영토 문제로 계속되고 있는 중국과의 갈등이 문제 되지 않는다는 발언이다.
한편 토머스 시퍼 전 주일 미국대사는 3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일 관계 심포지엄에서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강제 연행을 인정한 '고노(河野) 담화'를 수정한다면 미국에서 일본의 국익을 크게 해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5일 보도했다.
시퍼 전 대사는 아베 총리가 2007년 첫 총리로 재임할 때 주일 미 대사였다. 그는 당시에도 아베 총리가 고노 담화 폐기를 시사하자 강력히 항의해 이를 무산시킨 바 있다. 미 의회는 그해 일본 정부의 위안부 문제 사죄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아베 총리는 당시 국내외 비판 여론에 부딪혀 1년 만에 사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