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기 경찰청 지능범죄수사과장

경찰의 4대악(惡) 근절 활동 중 불량 식품 수사에 대해 "식품은 전문 분야라 경찰은 한계가 있다" "불량 식품 단속까지 나서면 민생 치안 소홀이 우려된다"는 반응부터 "불량 식품은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담당하여 왔는데 왜 경찰이 나서느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일리가 있지만 그렇다고 현재 경찰의 불량 식품 근절 활동이 진의와 달리 왜곡되거나 폄하되어서는 안 된다.

범죄는 폭력에서 유래되는 범죄와 사기범과 같이 속임수를 쓰는 범죄로 구분된다. 폭력 범죄는 인간의 안전에 있어 가장 근원적인 위협이다. 하지만 불량 식품은 우리의 건강과 직결되고 신체에 해를 주어 병을 일으키거나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는 강력한 인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 폭력 범죄보다 오히려 더 중한 범죄라 볼 수 있다.

경찰은 그동안에도 통상적인 수사 활동 차원에서 불량 식품을 단속해 왔으며, 설 명절 등 필요한 경우 특별 단속을 벌이기도 했다. 따라서 경찰이 그간 불량 식품 관련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경찰은 현장 추적수사 등 특사경이 접근하기 어려웠던 '악의적(惡意的) 제조·유통 사범'에 대해 환부만을 도려내는 외과 수술적인 단속으로 그 방향을 정해 매진하고 있다. 경찰의 부족한 식품 전문성을 보강하고 거버넌스(governance)적 협업(協業)이 강조되는 패러다임에 맞춰 특사경 등과의 합동 단속 등 다양한 협력 관계도 구축하고 있다.

국민의 '먹거리 안전'은 원칙적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전문 기관에서 HACCP 등 다양한 정책을 통해 추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국민의 먹거리 안전이 국민 행복의 중요한 쟁점이 된 마당에 국민 안전의 궁극적 책무를 지는 경찰이 나 몰라라 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 되묻고 싶다. 주무 부서의 노력만으로 안전이 확보되지 않을 때 경찰이 나서는 것은 권한이기 이전에 준엄한 책무다.

경찰도 단속과 처벌이라는 고전적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국민의 '먹거리 안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범죄 수익 환수 등 재범 방지를 위한 다양한 조치를 추진해 나갈 것이다. 이참에 경찰의 현장 수사력과 특사경의 전문 지식이 상호 융합되고 상호 간 역할 정립을 통해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은밀하게 치부(致富)하는 악덕 업자가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는 풍토가 조성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