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부터 진행 중인 개성공단 체류 인력의 소개(疏開) 절차가 완료되면 개성공단은 재가동이냐, 영구 폐쇄냐 하는 갈림길에 서게 된다.

북한은 통행 제한(3일)→노동자 전원 철수(9일)→입주 기업 대표단 방북 거부(17일)→실무자 간 면담 거부(24일)로 우리 정부를 몰아붙였지만 공단을 재가동하는 데 미련이 남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기술적 문제로 6~7월을 넘기면 재가동을 하고 싶어도 못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개성공단 사태와 관련,“ 누가 북한에 투자하려 하겠느냐”고 말했다.

머뭇거리는 북… 재가동 가능성

북한은 지난 26일 예고했던 '중대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정부의 인원 귀환 조치에 대해 "걱정"(27일) "파렴치한 망동"(29일) "제 손으로 제 눈을 찌르는 결과"(〃)라고만 했다. 또 개성공단에 대해 "소중히 여긴다"(27일) "6·15(남북공동선언)의 산아"(29일) "민족의 화해와 단합, 통일의 기초"(〃)라고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위축될 것으로 기대했던 한국 정부가 생각보다 강하게 치고 나오니 당황한 기색이 느껴진다"고 했다. 서강대 김영수 교수는 "북이 개성공단을 영구 폐쇄하겠다는 의지는 서지 않은 듯하다"며 "미약하지만 (재가동) 불씨가 살아있다"고 했다. 북한으로서도 연간 외화 8700만달러를 챙길 수 있는 개성공단을 쉽게 접지는 못할 것이란 전망이 아직 우세하다.

금강산처럼 자체 가동 가능성

개성공단 사정에 밝은 IBK기업은행 기업연구소의 조봉현 연구위원은 이날 "재가동 여부를 결정짓는 주요 요인은 기업들의 설비와 거래처"라며 "6~7월까지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재가동은 물 건너 간다"고 했다.

2~3개월 내에만 재가동이 되면 부품 교체 등을 통해 기계·설비를 다시 돌릴 수 있고, 가을 상품 주문을 통해 잠시 이탈했던 거래처도 돌아올 여지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뒤에는 재가동이 되더라도 초기 투자비와 맞먹는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개성공단에 다시 들어올 기업을 찾기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잠정 폐쇄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북한도 개성공단을 가만히 두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북한이 남측 자산을 빼앗아 국제 관광 사업을 하고 있는 금강산처럼 개성공단도 자체 가동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북한은 남측 자산 몰수·동결(2010년 4월)→현대아산의 개발 독점권 회수(2011년 4월)→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 채택(〃5월)→남측 체류 인원 추방(〃8월)의 순서로 금강산 관광 사업을 차지한 뒤 중국 자본 등을 끌어들여 국제 관광을 시작했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자체 가동을 한다 해도 당장은 힘들다"며 "2002년 제정한 개성공업지구법을 뜯어고치고, 한국과 맺은 관련 합의서 4개를 무효화하는 조치가 앞서야 한다"고 했다.

폐쇄 후 군사지역화

북한이 개성공단을 자체 가동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안보 부서 관계자는 "우리가 전기를 끊으면 개성공단은 무용지물"이라며 "전력난에 시달리는 북이 개성공단 하나 돌리려고 발전소까지 지을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따라서 자체 가동 가능성보다는 입주 기업들이 남기고 온 기계·설비와 원자재·완성품 등을 '약탈'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돈이 될 만한 것을 모두 차지한 뒤 개성공단을 없애고 군부대를 주둔시킬 수 있다. 개성공단 지역엔 원래 북한군 6사단과 64사단, 62포병여단이 있었다. 이 때문에 북한 군부는 개성공단 설립에 반대한 바 있다. 하지만 개성공단이 완전히 폐쇄되면 송악산 이북과 개풍군 일대로 재배치됐던 이 부대들이 돌아올 수 있다.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대변인도 지난 27일 "개성공업지구가 폐쇄되면 그동안 내줬던 개성공업지구의 넓은 지역을 군사 지역으로 다시 차지하고 서울을 더 바투 겨눌 수 있게 되며 남진(南進)의 진격로가 활짝 열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