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9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을 전격 소환하는 등 국정원 정치 개입 의혹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25일 민모 전 심리정보국장를 조사한 검찰은 이틀 만에 이종명 전 3차장을 소환했고 다시 이틀 만에 원 전 원장을 불러들였다. 경찰이 소환 엄두도 못 낸 인물들을 사건 송치 11일 만에 소환하며 1차 조사를 완료한 것이다.

검찰의 '올가미 작전'

검찰이 이 사건 윗선으로 지목된 인사들을 '논스톱' 소환한 것은 심리정보국의 댓글 활동이 원 전 원장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는 진술을 민 전 국장으로부터 확보했기 때문이다. 일단 이번 사건의 최고 책임자가 원 전 원장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검찰 수사는 첫 번째 고비를 넘긴 것으로 보인다.

통상 주요 특별수사에서 핵심 인물 소환은 수사 막바지에 시행한다. 그러나 특수팀 관계자는 "아직 수사 초보 단계로 원 전 국장 소환은 수사 방향을 잡기 위한 조사이며, 추가 소환이 필요할 수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일단 (검찰이) 아무것도 모르는 것을 전제로 물어보고, 뭐라고 답하는지 보는 것은 일종의 수사 기법"이라고 했다.

검찰이 이런 수사 기법을 택한 것은 경찰에서 드러난 국정원의 댓글 활동만으론 불법성 여부를 가리기 힘들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 전 원장에게서 "지시를 내렸고 보고를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어도, 추가 수사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면 법원에서 유죄를 받아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경찰은 앞서 국정원 직원 김모씨 등 3명의 댓글 중 이명박 대통령 칭찬 글 등이 국정원의 정치 관여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을 올렸으나, 검찰 관계자는 "그 정도로는 기소가 쉽지 않다"고 했다.

따라서 이 사건 책임자를 먼저 조사해놓고 향후 추가 혐의가 밝혀지면 '올가미'로 쓰겠다는 게 검찰의 복안으로 풀이된다.

원세훈, "정치 개입 없도록 지시"

이날 조사에는 특수팀 소속인 김성훈·진재선 검사 등이 참여했다. 원 전 원장은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북한 요원들과 종북세력에 대한 대북 심리전은 국정원 고유 업무"라며 "정치 개입 논란의 여지가 없도록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30일 새벽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떠나 차량에 오르고 있다. 원 전 원장은“검찰 조사에 충실히 임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일단 경찰 수사에서 확인하지 못했던 '윗선(국정원장) 지시'를 확인함으로써 수사의 '본전'은 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은 인터넷에 게시한 글이 국정원의 정치 개입이나 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따지기 위한 법리 검토 작업도 벌이고 있다. 검찰에선 "경찰 수사와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는 말도 나온다. 정치 개입뿐 아니라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는 의미다. 검찰은 원 전 원장에 대한 추가 소환 이전에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국정원 압수수색' 카드를 남겨 놓고 있다.

[원세훈 前국정원장은…]
이명박 前대통령 최측근, 서울시장 시절부터 보좌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자타가 인정하는 '이명박맨'이다. 2002년 이명박 서울시장 때부터 인연을 맺어 10여년을 곁에 머물렀다. 경북 영주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14회로 공직에 입문한 원 전 원장은 공직 생활 대부분을 서울시에서 보냈다.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오면서 요직인 기획예산실장으로 발탁됐고 그 후 이 시장 퇴임 때까지 보좌했다.

대선 캠프에서 특보를 맡았던 그는 이명박 정부 첫 행정안전부 장관을 거쳐 2009년 1월 국정원장에 임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