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首長)이 권좌(權座)에서 물러나는 순간, 기관 안팎에서 축적돼 온 약점과 비리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내밀한 정보를 틀어쥐고 풍문(風聞)을 생산할 수 있는 정보기관장은 마음만 먹으면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 그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한 사정당국 관계자는 국정원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1961년 중앙정보부가 출범한 이래 국가안전기획부를 거쳐 국가정보원으로 이름을 바꾼 정보기관의 역대 수장 상당수가 퇴임 직후 수난을 겪었다.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막강한 힘을 국가 안위가 아닌 정치 역학에 동원했을 때 기관장들은 법의 심판대에 올라야 했다.

(사진 왼쪽부터)권영해(21대), 임동원(24대), 신건(25대), 김만복(28대).

김재규(8대) 전 중정부장은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하고, 이듬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이 사건으로 중정은 국가안전기획부로 이름을 바꾼다. 그러나 이희성(9대·중정)·유학성(11대·이하 안기부장)·장세동(13대)·안무혁(14대)·이현우(19대) 전 부장들이 군사 반란,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줄줄이 기소되는 운명을 맞은 것은 이전과 다름이 없었다. 김영삼 정부 핵심 실세 권영해(21대) 전 부장은 북풍(北風) 등 각종 공안사건 조작, 대선자금 불법 모금 사건 등으로 4차례 기소됐다.

DJ 정권하인 1999년 국정원으로 이름을 바꾼 후에도 잔혹사는 계속됐다. 이종찬(22대) 전 원장은 언론 장악 시나리오 유출 파문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고 임동원(24대), 신건(25대) 전 원장은 불법 감청 지시 혐의로 기소됐다. 임 전 원장은 대북 송금을 주도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김만복(28대) 전 원장은 일본 월간지에 재임 시절 대북 협상과 관련한 일화를 기고했다가 비밀 누설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원세훈(30대) 전 원장도 야당과 시민단체로부터 모두 5건의 고소·고발을 당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