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토요일인 지난 2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예결위원회를 열었다. 토요일에는 휴무가 원칙이지만 경제 살리기 추경 예산이 시급하다는 점을 감안해 회의를 열자는 데 여야가 합의했다. 그러나 여야 예결위원 50명 가운데 회의에 처음부터 참석한 의원은 20여명뿐이었다. 그나마 끝무렵엔 6명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이런 국회가 총리와 장·차관은 10여명을 불러내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키게 했다.

국회는 26일에는 '일본 각료 등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및 침략 전쟁 부인 망언 규탄 결의안' 의결에 실패했다. 본회의 참석 의원이 의결 정족수 151명의 절반도 안 되는 70여명에 그쳐 안건을 상정조차 하지 못했다. 그 전날엔 오후 본회의에 전체 의원 300명 중 59명만이 자리에 앉아 있자 사회를 보던 국회부의장이 일일이 참석자 출석을 부르는 일까지 있었다.

추경안은 좀처럼 회복세를 타지 못하는 한국 경제에 작은 불씨라도 살려보겠다며 나랏빚까지 내 추진하는 일이다. 누구보다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서민, 언제 사업을 접어야 할지 전전긍긍하는 영세업자들에게 절박한 문제다. 입만 열면 민생을 외치는 의원들에게 이보다 급한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침략의 과거사를 부정하며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깨는 일본 아베 총리와 각료들의 망언은 모두 일본 국회에서 나왔다. 여기에 대응해 우리 국회가 국가적 항의와 경고를 보내는 것은 국민이 내는 세금을 다달이 세비(歲費)로 타 가는 국회의원의 기본 책무다. 이날 본회의에 불참한 230여 의원은 의결 정족수 하나 채우지 못한 우리 국회를 일본 정치인들이 어떻게 볼 것인지 생각이나 해봤는지 모르겠다.

본회의와 예결위에 불참한 의원들은 대부분 "지역구 일정"을 이유로 댔다고 한다. 지역구 일과 추경안 심의, 대일(對日) 결의안 채택 가운데 무엇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 더 앞세워야 할 일인지는 불 보듯 훤하다. 이런 판단 능력조차 없다면 애초에 국회의원이 될 자격이 없다.

국회는 그동안 의원들의 회의 참석률을 높여보겠다며 정당별 출석 점검, 연말 출석률 발표 같은 대책을 내놓았지만 소용없다는 것이 다시 확인됐다. 이러니 국회가 쇄신 대상으로 찍히고 국민이 의원 수 감축과 세비 삭감, 전직 의원 연금 폐지를 요구하고 나서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계속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조만간 더 큰 수모를 겪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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