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에도 관성(慣性)이 적용됩니다. 관성은 '외부 힘이 제로(0)일 때 물체가 자신의 운동 상태를 지속하는 성질'이죠. 잔소리 역시 브레이크를 걸기 전엔 좀체 멈춰지지 않습니다. 그 배경엔 '사랑'이 숨어 있습니다. 자녀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 없다면 굳이 잔소리할 필요도 없을 테니까요.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잔소리의 딜레마'는 바로 여기서 비롯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일 맛있는공부 지면에 소개된 '수험생 부모라면 이렇게'〈조선일보 2013년 4월 1일자 D1면 참조〉 기사는 학부모에게 일종의 '힌트'를 건넵니다.
기사 작성을 도와준 명문대 재학생 100명 중 53명은 '부모에게서 받은 도움 중 가장 유익했던 것'으로 "격려와 칭찬"을 꼽았습니다. 주관식('수험생 학부모에게 건네는 메시지') 문항의 답변은 한층 적나라했습니다. '공부할 놈은 알아서 합니다'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에요' '제발 사랑해주세요'…. 응답자들은 한목소리로 "우릴 그냥 좀 지켜봐 달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었습니다.
대부분 교육 전문가는 학부모에게 '잔소리를 삼가라'고 조언합니다. 하지만 이를 실천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해당 기사가 나간 직후 몇몇 대학생과 학부모를 만나 '(우리 부모의) 잔소리 참기 노하우'를 물었습니다. 이하원(경희대 호스피탈리티경영학부 1년)씨는 자신의 어머니를 '쿨(cool)하신 분'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엄마도 한때는 잔소리깨나 하셨어요. 그런데 하루는 네 살 터울의 언니가 당신과 똑같은 말투로 동생인 절 꾸짖는 광경을 목격하셨대요. 그날 이후 엄마의 잔소리는 '학교는 재밌었니?' '어떤 친구랑 놀았니?' 같은 질문으로 바뀌었죠."
고 3 아들을 둔 이지은(44·대전 동구)씨는 자녀에게 잔소리하고 싶을 때마다 '처처불상 사사불공(處處佛像 事事佛供)'이란 말을 떠올렸다더군요. 이 문장은 '도처에 부처가 있으므로 무슨 일을 하든 불공 드리듯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씨는 "아들을 향해 잔소리가 튀어나오려 할 때마다 △모든 행동을 멈추고 △마음속으로 셋까지 센 다음 △나와 아들에게 내재된 불성(佛性)을 기억한다"고 말했습니다.
어쩌면 잔소리는 설득의 기술 중 '최하급'에 해당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말하는 이가 들이는 시간과 노력이 십중팔구 듣는 이에게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습니다. 그러니 학부모 여러분, 오늘부터라도 자녀를 '의심'이 아닌 '신뢰'로 대해보세요. 그럼 잔소리 횟수는 자연스레 줄어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