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으면 20초, 빠르면 10초."
60㎝ 길이의 노루발못뽑이(속칭 '빠루') 한 자루로 서울 일대 고급 아파트 34곳의 문짝을 뜯어낸 정모(34)씨가 밝힌 '현관문 따는' 시간이다. 그는 경찰에서 지난 11일 서울 논현동의 한 아파트 철제 현관문을 뜯어내는 데 10여초밖에 안 걸렸다고 진술했다.
그가 집 안에 들어가 다이아몬드 반지와 금목걸이 등 총 5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쳐 달아나기까지 소요 시간은 불과 5분. 노루발못뽑이의 지렛대 원리가 전광석화(電光石火) 같은 절도를 가능하게 했다. 경찰 관계자는 "빠루 끝의 납작한 부분을 출입문 틈에 끼워 젖히는 솜씨가 달인 수준"이라며 "절도 등 전과 13범인 정씨는 100건이 넘는 절도를 저지르면서 디지털 도어록을 훼손하지 않고 문짝을 통째로 뜯어내는 '비법'을 터득했다"고 말했다.
24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작년 5월부터 약 1년 동안 34차례에 걸쳐 이 같은 방법으로 8억2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로 정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출입 통제 시스템이 없어 접근이 쉬운 오래된 아파트만 골라 범행했다. 10~20여 차례 초인종을 반복해 누른 다음 문에 귀를 대서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을 경우에만 품 속의 빠루를 꺼냈다. 정씨는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3~4㎞ 떨어진 백화점에 렌터카를 주차한 다음 택시를 타거나 도보로 이동했다. 그는 2009년 강남 일대에서 80여 차례에 걸쳐 똑같은 수법으로 아파트를 털어온 죄로 징역 2년6개월을 살다 나온 이후 범행을 재개한 것으로 조사됐다.